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를 지켜본 서민들의 마음은 허탈하다 못해 심한 불쾌감과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한결같이 저렇게도 많은 재산을 긁어모았는가에 대해 놀라움과 의아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또 어떻게든 재산을 감추고 축소지향적으로 신고한 그 안간힘의 흔적들을 보면서 비애와 연민마저 느끼게 한다.
좀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여당 국회의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축재의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으로 비쳐진다.
아직 야당 의원들의 재산공개가 안 이루어진 상태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회가 마치 투기꾼들의 집합체로 보일만큼 하나같이 권력과 부동산투기로 축재한 사람들이고 그 수장인 국회의장은 수십 년간 전국의 수십 곳의 수십만 평의 땅을 사고 판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꾼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러한 국회의원들과 국회의장을 모신 나라였으니 그동안의 입법부 일이 오죽했겠는가? 또 그들이 입만 열면 떠벌리던 정의사회 구현이나 국리민복이니 하는 말들이 모두가 거짓말이거나 위장된 말들이었음을 이제사 늦게 확인하게 된 셈이다.
과거부터 정치하는 사람들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르고 숨겨놓은 돈이 많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이번처럼 실감해 본적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재산을 공개한 국회의원 등 1백61명의 평균재산은 25억4천만 원이란다. 이것은 장관급 10억3천만 원ㆍ청와대 고위간부들 5억5천만 원과 비교해보면 국회의원이 얼마나 치부능력이 월등한가를 알 수 있다.
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을 구경하듯 도저히 와닿지 않는 액수들이다. 일평생을 모아도 1~2억 원이 쉽지 않은데 그들은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그 같은 거액을 모을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부정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권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탈법이나 탈세 없이 모을 수 없는 검은 돈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재산을 공개했다는 그 명분 하나로 모든 불의와 부정을 덮어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새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윗물맑기운동을 시작했다면 위에서 구정물을 일으키는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곧 부정축재자는 예외 없이 모두 몰아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청빈하고 깨끗한 사람들로 공직사회가 물갈이 돼야 한다.
참으로 한 가지 유감스런 것은 대통령부터 국무총리ㆍ감사원장ㆍ장관ㆍ여당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공개된 재산을 보면 청렴결백한 공직자는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재산공개를 하게 될 차관급 및 야당 의원들에게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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