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니제르」에서 25년간 의료봉사를 해온 김대수 조규자 부부의사는「상허문화재단」에서 제정한 제14회 상허대상(의료부문)을 받기위해 3월15일 조국 땅을 밟았다. 본보는 니제르 수도 니아미 국립병원에서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규자 박사의 수기를 2회로 나눠 싣는다.
니제르는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1백28만7천㎢ 의 광대한 지형을 가진 인구 약 7백만 명을 가진 나라로 부족만도 다수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GNP 2백불 미만) 미개한 곳이다.
종족싸움이 끊이질 않고 최근에는 더욱 심각해져 촌락의 습격 인질감금 살인 등으로 인해 이곳 수도 니아미 시내는 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정치적 상황도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1960년 불란서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래 현재는 제3공화국을 수립코자 지난 2월27일 대통령선거를 치루기도 했다.
기후는 건조기와 우기로 나눠지는데 우기 때는 천지를 가르는듯한 몰아치는 모래바람과 억수같이 쏟아지는 단 몇 분간의 비가 내린다. 불어오는 습한 찬바람과 45도를 자랑하는 지옥의 계절이 되기도 하는 이곳에서는 청소를 한 후 1시간 정도 지나면 뽀얗게 흙먼지가 내려앉는다. 이곳 주민들은 이 같은 흙먼지 바람과 태양열을 방지하기 위해 늘「뚤방」이라는 긴 천으로 머리와 얼굴만 남기고 가리고 다닌다. 이 때문에 호흡기관의 염증환자와 폐암환자들이 발생, 병원에 항상 가득찬다. 그 이외에도 가장 빈곤한 나라인 까닭에 영양실조로 인한 소아의 설사병ㆍ말라리아도 계속 이어진다.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하여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주 1회로 수술을 제한하고 있으며 수술에 필요한 물품들이 없어 애를 태운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외교사절단이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개척자로 발을 디딘 남편은 디오리 대통령의 요청에 그 당시 국립의료원에 재직하고 있던 나를 그곳으로 불러 들였다. 나는 조국의 명예와 체면을 세우고자 1969년 첫 발을 디딘 이후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게 된 것이다.
니아미 병원 결핵과장인 남편 곁으로 가서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그 당시 이름조차 생소했던 니제르로 떠난 것이 바로 어제 같건만…
이비인후과를 대상으로 하루에 적어도, 5건의 이물적출을 예외없이 제거해야 했으며 내가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임명된 이래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24시간을 나눠 여러 곳에서 후송 오는 환자를 담당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대생의 임상실습과 졸업생 심사위원 간호학교 강의 등 바쁜 일정과 이곳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인들과의 교류 등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늘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에 감사를 드리며 살고 있다.
가난한 나라이기에 사회 보장은 말 뿐이지 약을 구입할 돈조차 없고 치료나 수술을 마치 해주고 나면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는데 마치 약 구입비나 교통비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과 같은 동작을 보이곤 한다.
이런 일상생활에서는 소고기를 먹을 때 소금으로만 양념을 해서 먹어야 기운을 겨우 차릴 수 있는 현실이라 콩나물 국물과 김치로 다져진 우리 한국의료단이 지탱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그들은 과로에 지쳐 다리가 골절이 되어 불란사로 후송을 가거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2년간 치료기간을 보내기도 했다. 남편도 척추골절이 생겨 고생을 하고 고난에 고난을 당하기도 했었다. 우리 부부가 오늘날까지 어렵고 힘든 이곳 니제르에서 25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은총과 사랑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다. 또한 매 주일마다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할 때 따뜻한 격려를 해주시던 니아미성당의 로마노 주교님과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 주셨던 조국의 여러 친지분들의 보살핌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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