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희가 비참하게 되리라. 집을 연달아 차지하고 땅을 차례로 사들이는 자들아! 빈터 하나 남기지 않고 온 세상을 혼자 살듯이 차지하는 자들아! 만군의 야훼께서 내 귀에 대고 맹세하신다. 많은 집들이 흉가가 되어 제 아무리 크고 좋아도 인기척이 없게 되리라. 포도밭 열흘갈이에서 숱한 항아리밖에 나지 아니하고 종자 한 섬에서 곡식 한 독이 가까스로 나리라.(이사야 5, 8~10)」
이사야 예언자가 오늘도 이 땅을 향해 외치는 야훼의 말씀이다. 그러나 정작 이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들은 이 순간에도 더 많은 땅과 집을 탐하여 눈에 불을 켜고 정신없이 뛰어 다니고 있을 것이다. 이 땅의 6대도시에서만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60퍼센트나 된다는 사실도, 셋방을 얻어들 능력조차 없는 사람들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는 사실도 그들에겐 강 건너의 불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이 땅이 이보다 더 비참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그들」이 침식하지 못한 땅과 집 곳곳에 지펴져 있는 사랑의 모닥불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불우한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자 물질로 시간으로 몸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하순 꽃샘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좁은 공간에 새로 모닥불이 지펴졌다. 그 모닥불이 지펴지던 날 무언가 거기에 보태려고 모여든 사람들로 그 좁은 공간은 터질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그 모닥불을 찾아오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은 의지할 곳 없는 노약자와 일을 하는 게 불가능한 장애자들이다. 이들에게 하루 한 끼의 식사를 무료로 베푸는 「토마스의 집」이 모처럼 지핀 그 모닥불을 사그라뜨리지 않고 계속 뜨거운 불꽃으로 태워가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사랑이 끊이지 않고 보태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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