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보니 경솔했던 것이 후회되고 그녀에 대한 정은 더해만 갔던 것입니다. 그녀는 외동딸이었으며 그 당시 경기여고를 나와 사범학교를 거쳐 집을 떠나 교편을 잡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상대가 결혼한 것을 알았으며 어쩔수 없이 지냈는데 도저히 잊혀지지 않아 한번 만나보고 싶어 찾아 왔었다고 합니다. 여러 생각속에 머무적 거리다가 애인을 아주 놓치고 보니 후회스럽고 그리워 찾아 왔다는 그녀는 첫사람의 남편에게 처녀성까지 바치고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켜 주고 떠나갔습니다.
이후 남편의 그녀를 향한 정은 애타게 이어졌으며 그녀를 범한 죄책감에 또한 시달렸습니다. 남편은 그때부터 아주 내놓고『나는 돈을 벌면 다른 여자를 얻을거야』또는『그녀를 다시 찾을거야』라고 했습니다. 나는 더욱 열등감에 빠져들었고 불신의 씨앗은 굳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렇다할 잘못도 없이 마음대로 무시하고 마음대로 모욕해온 그가 점점 역겨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생활도 바빠지면서 그 말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월남과 육이오의 치열한 생활 전선에서 그 역겨운 말들은 중단이 되었습니다. 나 또한 가끔씩 그말을 들으면 웃어 넘길수 있는 여유를 찾게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초로의 길에 들어서 직장을 잃고 다리를 절면서 집안에 들어앉게 된후 그러한 외로움속에서 잊었던 옛 애인을 다시 그리게 되었으며 외로움이 짙어가면서 그 집착은 더욱 심해져 갔고 나에 대한 신경질은 늘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물이 뒤를 돌아보며 흐르지 못하고 멈추면 고인물이 되어 썩어서 구린내를 피우게 되듯이 남편의 신경질이 늘어나면서 나는 지난날의 그의 모욕적인 말들을 되살리게 되었고 마음은 더욱 무거운 사슬이 묶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살던 장녀가 조금씩 도와주던 생활이 생활의 터전을 잡아가던 장남의 도움으로 내일을 걱정하던 화급함을 면했습니다. 다급하고 견딜수 없어 시작한 우리들의 믿음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채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겨우 일요일에만 교회에 나갈뿐 영혼의 양식인 말씀을 읽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를 통해 흔들리는 나약한 힘을 주시고 우리를 더욱 당신곁으로 가까이 인도해 주십니다. 한해만 쉬면 나을거라던 남편다리의 통증은 조금만 호전되면 술을 들곤 하다 보니 엄두도 내지 못했고 집안에서 이것저것 소자본으로 일을 해보았으나 제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가장의 자리라 흔들리면서 남편의 주량도 많아지고 신경질도 늘어났습니다. 나를 흑사시키고 밤도 낮도 없이 괴롭혔습니다. 처음부터 다정한 동반의 관계를 쌓아올리지 못한 어설픈 부부 관계는 이때에 이르러 다시 악화되어 한지붕 밑에 산다는 것 조차 힘겨운 고역이었습니다. 웬일인지 술만 취하면 날보고 미국 딸네집에나 가라고 점점 성화를 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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