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역사 안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젊다. 젊어도 상당히 젊은축에 속한다. 젊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활력과 기운이 넘치고 자신감 역시 충만하기 이를데 없다. 새신자 증가율에 있어 세계교회를 놀라게 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교회의 생동감은 젊음의 표현이라 말할수 있다.
젊은교회로서 한국교회의 생동감은 지속적인 신자증가 외에 사제와 수도성소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의 대열에서 그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약간의 기복은 있지만 그들의 삶을 교회에 송두리째 바치려는 젊은이들의 증가야말로 한국교회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세계교회가 놀라는 두 번째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유독 한국교회만이 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많은 나라들에서 신자수가 증가하고 있고 새사제 탄생수가 한국을 앞지르기도 한다. 최근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베트남의 교회상황을 보면 복음화에 있어 아시아지역에서 선두그룹에 속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언제 추월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기기도 한다.
아직 절대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교회지만 베트남의 신자들은 현재 1백%가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고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 아닐수가 없었다. 통제와 제약속에서도 베트남 새사제들의 꾸준한 증가는 바로 이같은 우리의 위기감을 현실화 시켜주기에 충분할지도 모른다.
74년에 신자수 1백만명을 넘어선 한국교회는 86년초에 1백만명을 기록했고 바로 올해 3백만명에 도달했다. 한국교회의 70에 가까운 신자들이 20년 미만의 신앙경력을 가진 젊은 신자들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는 또 한국교회가 젊은 교회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2천년 역사속에서 2백살의 나이를 겨우 넘긴 한국교회、이제 막 20살이 넘어선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교회로서 한국의 생동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생동감이 오늘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작은 몸체에 비해 큰 목소리를 내면서 이 사회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시켜온 한국의 가톨릭 교회는 더 이상 자신의 몸체보다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젊은 교회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이 쑥스럽기조차 하다. 늘어나는 냉담자수는 하나의 징표일 뿐이다.
짧은 기간동안 급성장하면서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아온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사실상 과대포장이 되었다는 진단도 들리고 있다. 84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행사 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가 그 역할을 단단히 했다고 평가된 한국교회의 높아진 위상 역시 의구심이 들기는 매한가지다. 높아진 위상 만큼의 교회모습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형적 성장에 대비、왜소하게 보여지는 내정성숙、비대화、그에 따른 공동화 현상은 중증이라는 판단이 현재 자연스럽게 내려지고 있다. 중산층화、여성화 등의 문제 역시 교회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정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같은 진단을 받기에는 너무나 이른감이 있고 아쉽기 그지없지만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는 모양이다.
2천년대 복음화를 향한 서울대교구의 의욕에찬 시도는 그래서 더욱 기대를 모으게 한다. 올해부터 서울대교구가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계획은 최근 자문위원회、기획위원회、그리고 추진위원회라는 실체로 드러나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교구의 제반실무를 담당할 2천년대 복음화 사무국을 설치하고 실무사제를 파견한점 역시 서울대교구의 결심과 의욕을 읽게 해주고 있다.
이미 서울대교구의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대장정은 올 1월부터 성직 자、수도자、평신도를 대상으로 각각 연수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느때보다도 높은 참여도를 보이면서 밝은 가능성을 시사해준 이들 일련의 연수회는 대도시 교회로서 서울대교구의 최대 난제를 「본당공동체의 비대화」로 제시했다.
지난 4월말 교구장 김추기경은 「2천년대 복음화 본당조직에 관하여」라는 공문을 통해「본당 공동체의 비대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자들의 소공동체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이같은 신도는 이미 본당의 대형화 현상으로 사목자와 신자사이에 어려워 지고있는 인격적 만남을 회복할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준비모임에서는 본당의 「기초공동체형성」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천년대까지 모두 3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교두쇄신 작업에서 94년까지 잡혀있는 제1단계 작업이 바로 본당의 기초공동체를 구성하고 이를 활성화 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가 있다.
2천년대 복음화를 향한 서울대교구의 노력이 이시점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복음화를 향한 교회의 노력이 시간이 갈수록 보잘 것 없어진다는 사실 또한 당위성을 강조해 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회의 역할에 대한 교회자신의 물음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복음화되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강한 물음표이기도 하다.
신앙과 삶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근본 사상이 우리의 심성안에 완전히 뿌리내리지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회 구성원들의 삶이 그리스도 안에서 뿌리내리기 못한다면 이땅의 복음화는 말짱 헛것이 되고 말지도 모를일이다. 서울대교구의 2천년대 복음화를 향한 거보가 한국교회의 새복음화를 향한 지름길이 되기를 두손모아 기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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