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에 대한 선생님의 비유말씀이 너무나 무서워서 차라리 성당에 안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주일학교를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다니던 국민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들의 신앙교육을 책임진 주일학교 선생님은 대부분 본당 회장을 맡으셨던, 그래서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었다.
그때 우리들의 주일학교 교재로 사용되었던 그림성경들은 참으로 생생한 표현들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도 기억에 떠올리면 무서운 생각으로 되살아나곤 하는 그림이 있다. 바로 지옥그림이다. 시뻘건 불과 뿔 달린 마귀들, 그 속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의 처절한 모습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조씨 성을 가진 회장님이 들려주셨던 성체에 대한 기적이야기는 신비함으로 가득한 채 오랜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 내 마음 저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다.
그 기적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태리 어느 시골 마을에 신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했던 그 신자분은 매일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를 영하면서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불현듯 성체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성체가 과연 예수님의 몸일까. 고민을 하던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 결심이란 다름아닌 예수님의 몸 곧 성체를 칼로 베어 보겠다는 것이었다.』
『어느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성체를 영한 그는 곧바로 그 성체를 손에 다시 뱉아놓고 품속의 칼을 꺼내 두 조각을 내었다. 그 순간 베어진 성체로부터 폭포수 같은 핏물이 흘러나오고 결국 그 성당은 핏물 속에 잠기게 되었다.』
국민학교 4학년 때로 기억되는 그 교리시간의 이야기는 무섭기 짝이 없었지만 성체 신심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그때 내 마음속 깊이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내 마음 한 자락을 자리하고 있는 어설픈 신앙심도 바로 그 시절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 나는 남들과 다름없이 입시라는 현대판 지옥 속을 헤매이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초반까지 신앙적 공백기를 가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우리의 교리교육이 상당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천당과 지옥의 개념이 상당히 완화된 것은 물론이고 주일학교 교육은 현대적 시각에 입각,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앙과 만남을 이루도록 새로운 시도들 거듭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신앙적 무장이 결여되고 있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동지구 성모 영보 꼬미시움이 중심이 되어 실시한 중고등학생 신앙생활에 대한 몇 가지 조사보고서는 우리의 주일학교 교육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소년 쁘레시다움의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사전조사 형식으로 가볍게 실시된 이번 조사는 그 결과로 인해 관계자들이 놀라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이 조사가 밝힌 몇 가지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회의」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 신앙인의 기본적 골격을 이루고 있는 이 질문에서 중학생은 41·2%가, 고등학생은 35%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예수부활」과 「마리아의 동정녀 잉태」에 대한 회의가 이들의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항목으로 들어있다는 사실 역시 우리의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관계자들은 또 한 가지 우려해야만 할 사항으로 「주일학교 참석율」을 지적하고 있다.
주일학교 대상 학생의 경우 9·5%만이 주일학교에 출석하고 있으며 등록된 학생 가운데 약 36%만이 주일학교에 출석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이 필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부정적 결과만 나온 것은 아니다. 신앙심의 결여를 스스로 지적하곤 있지만 이들의 도덕심, 윤리성은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70%로 나타난 천국에 대한 신뢰도 믿음 역시 부정적 판단을 상쇄시켜주는 항목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우리 주일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제고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전문적 준비가 부족하고 자료에 대한 분석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문제점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번 조사는 우리의 주일학교 교육과 신앙교육 전반에 비상을 걸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더구나 이번조사는 예상과는 달리 열심한 신자가정이 조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세상은 점점 신앙과는 대립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자녀들은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신앙적 무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함도 그 때문이다. 교육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교육 과열로 망국론이 대두되는 이판에 교회는 과연 무엇으로 젊은 신앙을 지켜나갈 것인가. 순간의 선택이 일생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다. 일생을 좌우할 신앙적 선택은 교회가, 부모가 도와주어야만 한다. 주일학교가 그 적절한 시기다.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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