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이 높고 말이 살 찐다는 좋은 이 계절에 우리집에서 들려오는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살 찌는 듯하다.
미사시간에 성가 번호를 찾고 성가를 부르고 성서를 읽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할머님들의 한글 공부가 가, 나, 다, 라……로 시작해서 이제 신약성서를 읽기 시작하신 후 기쁘시고, 더듬거리시면서도『이 말씀은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고 이러저러한 뜻인 것 같아요』하시면서 구절이 끝날 때마다 나름대로 풀어주시는 해석을 들을라치면 한 마디 마디 하시는 말씀이 지당하고 타당해서 주석이 따로 없구나 하는 놀라움과 지혜를 배우게 된다.
젊어서 고생하시고 배움의 기회를 놓쳐 일생을 사시면서 답답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받아들이셨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하기보다는 당당한 기회로 맞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좋은 묵상거리다.
요즘 신문 지상에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여 벌어진 부정입시, 부정축재, 과소비, 그러한 모습을 보고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잔인함과 비정함으로 자신의 처지를 해결하려 한 이들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내게『왜 이 시대가 이렇게 흘러가는 거죠?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지요. 지금 우는 것이 마음 편치요 편하구 말구요』하신다.
혼탁한 세상에서도 밝음과 사랑으로 이 세상을 걱정하시며 주어진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감사롭게 살아가는「빛」을 발하시는 분들이 이 세상엔 더욱 많으리라는 기쁨의 희망에 암담해져 있던 마음에 새 빛을 받고 나 역시 그분들의 무리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신 참 빛이신 분께 청하며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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