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애정을 낳고 애정은 더 큰 관심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생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참으로 관심이 있는가를 의심 받게 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생일이 있다. 매년 한 번씩 생일에 친지들을 초대하여 한 턱 내고 초대 받은 친지들은 축하하며 선물을 주곤 한다. 우리는 예부터 빚을 내어 생일, 환갑, 상가집에 간다는 속담도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지구 내 어느 본당 주임 신부님의 축일을 무심코 지나친 일이 있다. 우리 본당에 초대가 없었다는 이유로 축하하러 가지도 못한 채 서로 섭섭한 마음을 갖고 사소한 오해가 싹 트기 시작했다. 축일을 맞이하신 신부님은 축하를 받지 못하여 섭섭했고 축하해 주지 못한 우리 본당 평협 회장단은 초대가 없어 섭섭했다.
갈등은 시작됐고, 마침내 갈등은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증오는 소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못한 나를 포함한 일부 신자들은 삼삼오오로 입을 모아 영성을 겸비한 학자 신부님의 인격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신부님께 죄송하다. 일시적인 잘못에 대한 용서와 변명을 청할까 한다. 세상을 숨 가쁘게 살다 보니 부모ㆍ자식 심지어는 자기 생일마저도 잊어버리고 지나칠 때도 더러는 있었노라고 변명하고 싶다.
세상을 대충대충 적당하게 살아온 나의 삶의 방식이 궁색한 변명을 하기엔 수치스럽기 그지 없다.
우리가 늦게나마 뉘우치고 신부님에게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것은 신앙적인 고백이 사랑과 자비에 대한 찬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부님께서 부디 건강한 몸으로 하느님이 요구하고 교회가 바라며 신자들이 더욱 필요로 하는 사목생활에 흔들림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나간 모든 오해와 경솔했던 한 순간을 망각의 장으로 접어두고 반성의 기도를 드리며 조만간 새로운 얼굴로 신부님을 찾아뵈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