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벨기에 루벵대학에서 국제가톨릭간호인협회 제15차 세계총회가 열렸다. 주제는「건강과 가족」이었고 부제목은「건강과 가족에 대한 간호인들의 책임」이었다. 금년이 가톨릭교회와 유엔이 정한「가정의 해」이니 만큼 본협회 모임의 의의는 자못 유럽에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 문화와 환경이 다른 여러 나라와 대륙에서 큰 관심을 가진 주제가 되었다. 모든 연사들의 핵심적인 강조나 토론자들의 관심은 가정문제에서 특히 그 구성원의 문제로 가정의 구성에 있었고 이에 따른 건강문제는 노인건강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다. 다음은 여러 주제와 토론을 요약한 것이다.
4대륙 즉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의 가족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는 직계 3세대와 사위, 며느리 그 친척 및 하인이나 그들의 가족이 모두 한 가족이 되는 대가족을 의미하고 그 외 대륙에서는 규모가 작은 1세대에 속한 가족만을 가정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핵가족을 의미한다. 이 정의는 점점 애매해지고 가족 안에는 긴장과 가정의 붕괴를 가져오는 여러 요인으로 현대 가정 정의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변화하는 가족 개념
예를 들면 아일랜드의 경우 가족당 평균 자녀 수는 51년 5.4명에서 81년엔 4.16명, 91년엔 3.8명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신생아 가운데 정상적인 결혼에 의하지 않은 신생아의 비율은 51년 1.8%였으나 81년엔 2.7%, 91년엔 무려 16.6%에 이르고 있다. 91년의 경우 10대 미혼모의 출생은 6.05%였다. 또한 결혼하지 않거나 별거, 가출, 그리고 배우자 가운데 하나가 사망한 편모, 편부가정은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아일랜드 전체 가정의 13.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혼 감소 이혼 증가
이탈리아의 경우 결혼은 감소하는 반면 이혼은 증가하고 있다. 또 낙태 건수도 91년의 경우 합법적인 낙태가 16만5백32건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출생률은 놀랄 만큼 감소하고 있는데 한 가족 한 자녀가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많은 아이들이 결혼을 통해 출생한 것이 아니고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양육되고 있다.
이상은 현재 변화하고 있는 가족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현대사회는 노령화 사회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다. 산업화된 선진국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금세기 말 16%로 증가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75년에 8%였던 65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7%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1990년 65세 이상의 인구는 3억2천8백만이었으나 2025년엔 그 2.5배 이상이 되는 8억2천8백만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간호분야 종사자 격감
이는 사회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필요로 한다. 25세 이상으로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그룹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염두해 둔다면 독식이거나 또한 한쪽 부모만 있는 경우는 다른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없게 된다. 간호분야에 종사하려는 젊은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출생률의 감소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위한 간호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길 원하는 것도 아니다.
노인들은 가능한한 집에 머물면서 안정되고 익숙한 환경에서 사회적이고 가정적인 보살핌을 받기를 원한다. 앞으로 가족은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뿐만 아니라 부모들을 비롯해 조부모와 증조부모까지 돌봐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3~4대가 함께 사는 가족은 생활 수준의 향상에 따른 것이다. 이제「아이들 돌보기」는 이미 상식이 됐고「할머니 할아버지 돌보기」라는 말이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가정은 이제 여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와 조부모를 보살필 수 있는 기관에 맡기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건강과 가족 건강
사회가 건강하려면 가족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의 좋은 건강은 가정의 좋은 건강에서 시작된다. 피임법의 사용, 자유로운 유산을 인정하는 법, 그리고 유아 살인과 같은 현상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여성에게 여향을 미친다. 약물 중독, 알콜, 폭력,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은 가족과 가족간의 인간관계를 황폐화시킨다. 그럼에도 아직 가정이 좋은 건강과 균형 잡힌 인간을 위한 희망이기도 하다.
가정은 최초의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사랑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최초의 공간이다. 가정은 교육과 모든 습관의 원천이다. 가족 속에서 인간적 존엄성과 신체적 정신적 영적 그리고 사회적 안녕의 개념이 싹 트고 자란다.
빠르고 다변적으로 변화하는 전문적, 기술적, 사회적 수준에 직면하여 건강 관리 전문가들을 전문적 행위와 판단의 방향을 잡기 위해 계속해서 최신의 전문적이고 영적인 형성을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상황에서 인간생활의 증진과 발전을 위한 건강 관리 전문가의 기본 원리는 생리적 측면에서만 아니고 영적이고 종교적인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서로 부담되는「건강」
결론적으로 현대 가정의 개념은 많이 바뀌어가고 있고 가족의 건강문제는 도와주는 관계에 있지 못하고 서로 부담이 되어가는 갈등관계에 있다. 특히 직장여성의 육아문제,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가진 편모, 편부의 경우, 혼자 사는 노인의 건강문제, 미혼모의 자녀문제 등을 위해 건강 전문 관리자로서 가톨릭 간호인은 병원이나 기관에서의 의무보다 가정간호 중심의 돌봄이 더욱 절실하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