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과 역경으로 얼룩진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했던 여름이
종착점을 향하고 있습니다.
주여, 가을이 오면
여름내 극기를 통하여 터득한
은행나무의 마음으로
성실히 살아가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마침내
이파리를 모조리 다 떨구어
빈 몸뚱이만 남는다 해도
가을이 다시 오기만 하면
터질 듯이 벌린 입 다물 줄 모르는
석류의 너털웃음을
우리도 짓게 하십시오.
굳이 당신을 부르지 않아도
가을에는 오묘한 대자연의 섭리를
가슴 가득 느낄 수 있지만
낙엽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내력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주여, 가을에는
무대 뒤에 숨어서 읊조리는
귀뚜라미의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노래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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