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교사를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려고 합니다.
『가끔 신나는 회식 있잖아요!』
너무 유치한가요. 제 대답이. 그러나 역시 가끔은 부담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또 먹고 마신 추억은 이후에 별 부담이 없기에 역시 먹는 시간 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하여간 먹고 마시는 일 만큼 신나고 재미 있고 즐거운 일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가끔 마시는 양주지만 양주라도 한 병 그 자리에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요. 그런데 제게는 양주에 얽힌 우스운 일이 있어 혼자 웃곤 합니다. 무슨 일인지 퍽 궁금하시지요. 자 그러면 좀 쉬는 시간을 내서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시지요.
꽤 오래된 이야기랍니다. 본당에서 사목위원을 하시는 교우께서 주일학교 교사들이 수고한다고 집으로 초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보좌 신부님을 모시고 교사들 모두 신나게 그 교우 댁으로 발걸음을 내딛었지요. 그 교우께서는 교사들을 위해서 삼겹살도 굽고 찌개도 끓여내 오셨습니다. 그리고 몇 병의 맥주도 상에 함께 올라왔습니다. 신부님께 식사 전 기도를 부탁드리자, 신부님께서는 맥주병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시고 눈을 돌려 방 구석 장식장 속에 있는 양주도 한 번 힐끗 보시더니 이렇게 식사 전 기도를 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여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기 저 장 속에 있는 양주에도 강복하소서!』
순간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십자 표시를 하시는 신부님의 손 끝을 따라 장식장으로 눈길이 모아졌습니다. 순간 그 교우분은 계면쩍은 웃음을 띠시며 얼른 일어서시더니 장을 열고 양주병을 들고 오셨습니다. 교사들 모두 한참을 웃었지요. 그리고는 그 집에 있던 서너 병의 양주를 모두 비우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그 교우 댁을 나섰습니다.
요즘도 양주만 보면 그 생각이 납니다. 그렇다고 제가 양주를 좋아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제 본당 여교사가, 그것도 바로 저와 같은 학년 교사가 모 소주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는 아닙니다만 소주를 퍽 좋아합니다. 왜냐고 물으시면 소주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이 제 안에 있어서 그렇다고 갖다 붙이곤 하지요. 그런데 사실은 소주보다 더 좋은 게 있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바로 함께 마실 친구랍니다. 소주를 빌미로 해서 함께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주(酒)속에 비친 주(主)이야기도 나누면서 말입니다. 그래선지 몰라도 함께 교사활동을 한 친구를 만나면 교안에 대한, 주일학교 행사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고 함께 나눈 술자리 기억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술자리는 술 마시는 자리라기보다도 사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도 우리 교사들은 사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열심히 술자리로 모여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혹 함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교사 계시면 오시지요? 언제라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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