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네살 때였으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의 일이다.
우물가에 앉아 시장에서 사온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가 생선의 배속에서 나온 새끼 생선을 보자 깜짝 놀라 내게 물었다.
『엄마, 왜 엄마생선 배 안에 아기 생선이 있지?』 그렇지 않아도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아마 나름대로 네 살 아이의 수준에 맞게 그 비정한 삶의 고리를 설명하느라 애썼던 것 같다. 힘들 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내게 아이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그럼, 엄마가 날 잡아먹어?』
너무나 놀라 생선을 만지던 손을 놓고 쳐다보았던 내 아이의 그 이상스럽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이후로 나는 자주 이 일을 떠올리며 무엇이 잘못되었던가를 생각하곤 했다. 오랫동안 내 생각은 큰 생선 배속에 든 작은 생선이 약육강식의 상징이라는 사실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면서 내가 공부하는 발달심리학의 지식에 비추어 이 엄연한 생태계의 진실을 어떻게 하면 네 살 아이의 인지발달 내지 사고수준에 전달하느냐의 문제에 골몰했었다.
적어도 아이가 충격을 받지 않고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의 의사전달 방식을 찾는 것이, 마치 아이 들이 자란 후 그들이 당면해야 할 경쟁적인 삶에 적응할 준비를 시켜주기 위한 어머니로서나 이 분야의 전공자로서의 중대한 임무인 것처럼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참으로 나는 차가운 머리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다.
불과 몇년전의 일이다. 어떤 계기론지 또 그때 일을 떠올리고 있던 내게 문득 이전과 전혀 다른 생각이 일어났다『아, 그것은 사랑일 수도 있다』어떻게 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네 살 아이에게 맞는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어느날 아기 생선이 감기가 들어서 몹시 추웠단다. 지나가던 큰 고기가 너무 안타까워 배속에 아기 생선을 넣어 따뜻하게 해주었던 것이란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작은 사랑의 이야기들이 언제까지 통용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우울해지곤 했다.
이제 오십의 문턱에 올라선 내게 지금도 여전히 엄마 배속의 아기생선은 더 오래 생각해야 할 고통스러운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면서 이즈음은 문득 참으로 하느님께서는 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깨닫기를 원하고 계실까를 물어 보곤 한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것을 깨닫는 것은 태산을 옮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인 것 같다. 다만 그 유명한「전쟁과 평화」속의 안드레이볼콘스키 백작의 임종의 깨달음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도 죽음에 임할 때나마 그 섭리의 작은 편린을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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