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의 집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날마다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앞마당에는 신나 계열의 독가스가 날아와 생생하던 소나무가 바싹 말라죽고, 심한 독취와 소음 때문에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문을 꼭꼭 닫아야 하고, 최루탄 가스보다 더 지독한 화학성 분진과 유해물질 탓에 사시사철 콧속이 맹하고, 눈꼽이 끼며 매일 두통을 앓는 생활을 해야 한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로 앞 건물과 옆 건물에는 여관과 호텔이 마구 세워져 미풍양속을 해치고 자녀들의 정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구 본리성당은 여느 도시성당과 달리 주택가 안쪽에 자리 잡은 조용한 성당이었다. 성당 주변에는 국민학교, 중학교까지 있다. 그런데 시 행정의 맹점을 악용해 성당 주위에 자동차 정비업체가 하나둘 생기고 이에 덩달아 여관, 호텔 등이 계속 늘어나 이제 러브타운(성당 주변에 18개 위치)까지 형성하고 있다. 보다 못한 본당 신부님께서 관계 부처에 진정도 해보고 환경정화 대책위원회를 구성, 신자들과 함께 침묵시위, 반대서명운동과 진정도 해보았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가 없다. 구청은 구청대로, 시는 시대로 법적 하자가 없다는 식의 탁상행정과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식의 전형적인 복지부동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감독 관청이 이 정도니 해당업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흉내만 내고 만다. 답답할 노릇이다.
그러나 본리본당 신부님 이하 전체 신자들은 함께 힘을 모아 기도도 하고 서명운동도 전개하며 지역 내의 학교와 연대하여 가두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생명에 대한 눈뜸의 계기를 가졌다. 나아가 대구교구 3지구 본당이 힘을 합쳐 본리본당의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이것은 참 중요하다. 지역문제에 대해 교회가 앞장 서고 시민과 연대하는 모습은 새로운 지역시민운동의 표징이요 동기 유발이 된다.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경험하고 힘을 합칠 때 일치와 연대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대구 본리본당과 3지구 본당의 자기 노력처럼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회사목, 환경과 생명의 폭을 넓히는 시각을 가져보자. 지금 당장 우리 본당 공동체의 주변을 둘러보고 반 생명적, 반 생태적 조건에 있지 않은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자. 문제점이 눈에 띄면 귀찮다고 덮어둘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대구시 교통지도과와 달서구청 환경보호과는 본리성당 주변의 유해업소 퇴치에 앞장 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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