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8일 수원교구 아론의 집에서 개최된 제1차 아시아 평신도 회의는 여러 가지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우선 교황청 평신도 위원회와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평신도 위원회 및 한국 천주교 평신도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 회의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된 대륙 차원의 평신도 회의라는 점에서 교회사적으로 큰 뜻이 있다. 물론 그동안 교황청 평신도위원회는 대륙별 평신도 회의를 주최한 바 있지만, 이번 회의는 한국의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평신도 주도하에 치러진 평신도 회의라는 점이 커다란 특징이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 회의는 가히 세계 교회 사상 처음 있는 대륙 차원의 평신도 회의라 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각국의 평신도 담당 주교들이 평신도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명실공히「친교의 교회」모습을 드러내주는 것이며 평신도와 성직자의 교회사명에 대한 공동 책임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의는 또한「평신도의 교회사명 참여-사회적 가르침 실천을 중심으로」라는 주제가 말해 주듯 평신도의 교회사명 참여는 바로 교회의 사회교리 실천에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 진행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사회교리는「세속성」이 고유한 특징인 평신도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복음의 정신에 따른 반성의 원리, 판단 기준,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것인 만큼 사회교리 실천은 곧 신앙과 생활의 일치에 있어서 핵심 요소인 것이며, 이론이 아니라 행동에 의한 신앙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교황이 이번 회의 참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교회의 사회적 메시지는 그 내적 일관성과 논리로써보다는 행동의 증거로써 더욱 신뢰를 얻는 것이며 행동의 증거를 보이는 것은 모든 신자들의 의무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회의가 가정과 직장에서의 그리고 타 종교 신자들과의 협력을 통한 사회교리 실천 방안을 모색한 것은 교회가 소수 집단에 불과한 아시아의 상황에서 매우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이번 회의는 또한 국별 보고와 문화의 밤, 지역별 고유 전례를 통해 아시아 각국 교회들 간의 친교화 연대를 확인하고 다짐하는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뜻이 있다. 각국 대표들의 국별 보고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상황에 처한 지역 교회들이 당면한 도전들과 어려움을 아시아 교회들이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었고, 선진국에 유리한 불공정한 세계 경제 질서, 사회적 불의, 인종차별주의, 빈곤, 문맹, 무력분쟁, 아동노동, 소수집단에 대한 억압, 여성 착취 등을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증거의 응답을 긴급히 요청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게 해준 데에 커다란 뜻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증거와 응답을 위해 이번 회의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대한 지식 결여에 대한 자기 반성과 아울러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대다수 평신도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교회사적으로 크게 기록될 것이다. 실제로 이번 회의는 강의를 듣기보다는 소공동체에서 활용될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참여적인 방법을 통해 각국 대표들이 서로 체험을 나눔으로써 서로 배우는 매우 효과적인 교육의 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지역별 평신도 회의를 활성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데에도 커다란 의의가 있다. 지역별 평신도 회의는 원래 1983년 홍콩에서 교황청 평신도위원회가 주최한 평신도 회의의 후속사업으로 추진되어 그동안 동아시아에서만 세 차례 개최되어 평신도들의 교회사명 참여를 촉진해오던 것인 바 이번 아시아 평신도 회의를 계기를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도 지역별 평신도 회의가 창설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요컨대 이번 회의는 공동체들의 친교를 아시아의 교회상으로 전체, 개인 신앙을 사회적 관심과 연결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의식화와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의 통합교육에 대한 종합적 접근 방법을 개발했다는 데 커다란 뜻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의 기본 정신은 가깝게는 1990년 반둥에서 개최된 FABC 제5차 총회의 문헌, 1987년 세계 주교 시노드의 후속 문헌인「평신도 그리스도인」, 1986년 도쿄에서 개최된 FABC 제4차 총회의 문헌, 1985년 임시 세계 주교 시노드에서 강조된 친교의 교회론에서, 그리고 멀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새로운 교회상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강조한 교회와 세상 안에서의 평신도 고유의 소명과 사명을 아시아 상황에서 조명하고 다짐했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제 103위 시성 10주년을 기념하여 이 회의를 개최한 한국 평신도로서는 이러한 의의를 실현해야 할 중대한 임무를 지니게 되었다. 청소년 대표의 참여가 없었고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였던 것과 같은 평신도운동의 구조적 문제를 비롯 회의 참여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아울러 사회교리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여 아시아의 복음화에 효과적으로 투신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아시아 평신도 회의를 일회성 행사로 머물게 하지 않고 그 정신을 살려나가기 위해 한국 평신도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교황이 메시지에서 강조하듯 대다수가 평신도들인 한국의 순교 성인들이 남긴「증거인의 빛」은 꺼지기는 커녕 더욱 찬란히 빛나 오늘의 아시아 평신도들에게 담겨져 있는 것이다.
세계 교회사에 길이 남을 이번 아시아 평신도 회의를 주최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내며 아시아의 모든 평신도들이 아시아의 복음화에 투신하도록 하는 데에 한국 평신도들이 앞장 서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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