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충남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에서 석재공장을 경영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며칠간 휴가를 얻었는데 그 공장에 가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쾌히 승낙했다.
월요일 오전, 때마침 성남 공장에서 음성공장으로 가는 이사(理事) 한 분이 있어 그 승용차 편으로 동행했다.
공해로 찌들어 숨쉬기조차 힘든 서울을 벗어나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다. 고속도로변에 도열하듯 서있는 코스모스가, 지나는 차들이 몰고가는 바람결에 뒤따르려는 듯 몸을 세차게 움직인다.
두어 시간을 달려 음성 석재공장에 도착했다. 시멘트로 잘 만든 경사진 도로를 올라가니 여기저기 공장 건물 들이 보였다.
숙소 계단 옆을 보니 성모상과 예수님의 석고상이 서 있다. 역시 가톨릭신자인 사장이라 뭔가 틀리다고 생각 됐다. 그가 거처하는 방에다 짐을 풀었다. 산쪽으로 난 문을 열어 놓았다. 높은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은 파아란 색에 물들지 않고 떠다닌다. 오랜만에 맛보는 삽 상함이다.
밤 늦도록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얼어나 식사후 방 청소를 하였다. 대청으로 통하는 문밖에 인기척이 나더니 잠시후 성가 소리가 났다. 공장내에서 그것도 일과가 시작된 시각에 성가라니 의아했다.
이어서 아침기도가 시작된다.『천주여 나를 사랑으로 내시고 나에게 영혼을 주시어…』 문틈으로 들여다 보니 10여명의 직원들이 둘러 앉아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뜻밖의 장면과 마주친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친구인 곽근호 베드로의 권유로 현장 간부 사원들 사이에서 아침기도하는 영광을 가졌다. 넓은 대청 양쪽 전면 벽에는 최후의 만찬. 성모상 등 성화와 조각이 걸려있었다.
2박3일간의 휴가기간 동안 그곳에서 느낀 점은 적지 않았다. 그들은 작업장을 신앙공동체화하려는 움직임이었다. 흔히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하는 자간에 반목과 불신의 두터운 벽 때문에 사업장은 일이 뒤엉켜 말썽이 많고 시끄러운 것을 우리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노사간에 신앙의 힘으로 결속을 다치고 무슨 일이 생겼을때 내 탓으로 들리는 마음을 가진후 협동 생산과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 진다면 크게 융성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신앙으로 그리고 위 아래가 사랑으로 뭉친 가톨릭 신자들의 사업체가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날로 번창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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