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난 막내딸 베로니까를 데리고 수요일 10시 미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유아 세례를 받아서 인지 성당에 간다면 좋아서 따라 가겠다고 졸라대지만 사실 데리고 가기가 좀 불편하다. 왜냐하면 아직 눈치가 없어 조용해야 할 미사 시간에 곧잘 크게 소리를 내어 물어보거나 얘기를 해서 당혹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날도 신부님께서 성찬의 기도를 드릴 때였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으라…』하시며 성체를 높이 받들자 갑자기 『엄마! 저기 저 하얗고 동그란게 뭐야?』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너무 당황했었다. 조용하고 엄숙한 더구나 성찬의 전례 시간에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니 더욱 크게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주위 분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용히 하라해놓고『저 하얗고 동그란 것은 예수님의 몸이란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일 수 밖에 없었지만 이해하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영성체를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들어와 기도를 하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엄마! 무슨 맛이야?』 하고 다시 물었다. 성체를 어떤 맛으로 표현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 망설였지만 뭔가 얘기해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계속 질문이 이어질테니까.
『예수님의 몸은 하얀 밀떡으로 만들어서 아무 맛이 없단다』라고 그냥 혀로 느끼는 맛을 얘기해 주었다.
달콤하고 새콤한 어떤 맛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탓인지 그 뒤로는 아무말도 없었다. 아니 맛이 없다고 해서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맛이 있는 걸 엄마 혼자 먹지는 않을테니까.
그런데 며칠 전의 일이다. 애들 간석준비를 해야 하는데 적당한 게 없어 냉동피자를 사서 구워주었다. 냉동피자는 처음이어서 그 피자맛이 생각보다는 맛이 없었나보다.
『엄마, 이거 성체맛이다! 생체맛이다!』하고 떠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얼른 알아 듣지 못하고 다시 물으니『성체처럼 맛이 없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너무나 죄스럽고 황당해서 그냥 웃을 수만도 없었다.
성체와 피자맛을 비교할수도 없다는것을 이해할려면 아직도 몇년이 걸려야 할 것이지만 성체는 맛이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있는 베로니까가 다음에 영성체를 할때 과연 무슨 맛 이라고 표현할까?
나는 지금도 영성체를 하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은혜로움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몸속에 예수님이 계시니 더없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아무 맛이 없는데서 진정으로 달콤하고 향기로운 맛을 느끼고 그 오묘한 신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예수님과 한몸이 되었을 때 베로니까는 참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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