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 거울을 보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조금 이상해 보였다. 양치질을 한 후 물을 한 모금 입에 넣으니 옷섶으로 그냥 흘러내려졌다. 또 눈을 감으려 해도 오른쪽 눈이 감기질 않는 것이다. 처가 걱정할 것 같아 밥상을 뒤로 한 채 황급히 집을 나섰다.
『조금 있으면 괜찮겠지』라고 되뇌이며 얼굴을 만져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 의지대로 얼굴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하느님, 이게 웬일입니까? 하며 하늘을 향해 소리쳐 통곡을 해보았으나 점점 얼굴은 굳어져왔다. 얼굴뿐만 아니라 현기증에다가 혀도 마비가 되어 발음조차 이상하게 들렸다.
황급히 병원에 가보았으나 십이지장 궤양이 있으므로 약을 줄 수 없고 물리치료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육신의 고통은 더욱 더 세게 다가왔다. 매일 1백여 바늘의 수지침과 더불어 장님에게서부터 침을 맞고 또 한방에서도 침을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져만 가는 내 육신은 나를 죽음의 공포로 사정없이 몰아가고 있었다.
옆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던 처는『세은 아빠 성당에 다녀보세요』하였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싫어, 왜 내가 이대로 그냥 죽을 것 같아 나는 안 죽어』 비명과 같은 나의 절규에 처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하고 기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무심코 나는 고상을 쳐다보았다.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님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보였고 힘들어 보였다. 나는 천주교와 인연을 맺은 일이 언제부턴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대학 2학년때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가르치던 학생 가족이 천주교 신자여서 일요일이면 명동성당에 가서 아무런 의미를 모르면서 성호를 긋는 흉내를 냈던 일, 군에 입대하여 일요일 외출을 하고 싶어 천주교 신자라고 선뜻 손을 들어 일반인들과 같이 공소에 갔던 일,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낭떠러지에 굴러 다른 사람들은 사망 또는 중상이었는데 이상하리 만큼 나는 전혀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나서 첫 마디가『천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나도 모르게 감사기도 했던 일.
또 최근에는 회사에서 실시하는 영어 자격시험에 통과해 뜻 밖에도 유럽 여행을 하게 되어 프랑스에서 성모님이 발현한 루르드 성지를 찾아온 끝 없는 휠체어의 행렬를 보았고 거의 환상에 가까운 고대 여러 성당들 로마에서의 성지 및 바티칸 궁전을 보았으며 스페인에서의 고대 성당 건물들을 구경하던 일 그때 나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귀국을 하여 루르드 성지에서 떠온 성수를 처가에 가져가 선물을 하니 어느 것보다 좋아하시던 장인 얼굴이 기억난다.
『한서방도 이제 성당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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