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금치라 해도 큰 맘 먹고 장을 보고와서 절여놓은 배추를 보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지 잠시 후에 수도꼭지의 나팔소리를 듣고 함께 하시는 수녀님과 아찔한 마음으로 마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올 여름 내내 물과의 전쟁을 한 후이지만 더위의 기승도 한풀 꺾였으니 이젠 휴전을 해도 되려니 했던 방심이 이러한 결과를 맞게 하는 듯했다. 옆집 아주머니께서 지나시다 이 광경을 보시고 염려하시는 소리를 들으신 아랫집 할머니께서『우리집에는 물이 있으니 와서 해』하시는 말씀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적당한 골목에 양푼과 소쿠리를 널려 놓고 씻으려 하니 유난히 많은 분들이 지나시는 듯했고 동네 공사판 딸딸이(경운기)까지 한 몫을 해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야 했다.
기진맥진 씻고 나니 대문 앞에는 여러 어르신들이 모이셨고 동네 아주머니들의 애절한 호소가 큰소리로 모아졌다.
호소에 대한 여러 가지의 설명이 있었지만 이유야 어떠하든 불공평한 분배와 불편함이 없어져야 한다는 동네분들의 의견에 우리집에서도 구체적인 상황으로 한 소리를 더하게 된 것이다.
아랫집 할머니 댁과 옆집 아주머님 댁에 특별한 금치(?)를 돌리고 난 후『김치 담그는 데 꽤 요란했지!』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에는 무상으로 주시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과 작은 힘들을 모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소박한 이웃 사랑이 어렵과 힘든 삶의 자리를 더욱 의미 있고 가치로운 선택으로 살게 하는 기쁨과 활력이 담긴 듯했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필요한「물」을 나눌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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