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로 찌든 도시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맑은 공기와 함께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들녘, 이 넓은 들녘에는 어느새 가을이 무르익어 농부의 땀으로 가꾸어진 벼이삭이 제몸도 가누지 못한채 누런빛으로 물들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TV화면을 통해 모내기 소식을 접한 것이 바로 엊그제였었는데 벌써 수확기로 접어들었으니 세월의 흐름은 마치 가속이라도 붙은 듯. 빠르다는 느낌이다.
농정당국의 발표로는 올해도 풍년을 예고하면서 쌀의 수매량과 보관문제로 벌써부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농민들은 풍작을 이루어 놓고도 정부의 수매가와 시중의 출하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에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울상들이다. 때문에 농촌에서는 쌀 농사를 기피한 채 채소등 다른 작물로 대체하거나 아예 땅을 놀리는 경우까지 생겨나 쌀의 경작면적이 해마다 줄어드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일들은 어쩌면 즐거운 비명이랄수 도있다. 왜냐하면 한때는 쌀이 모자라 외국에서 보내온 소위 구호양곡에 의존했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쌀을 수입해다 먹던 때도 있었다는 사실과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겪어보지도 못한 보리고개란 춘궁기가 있었기에 말이다.
또한 지금도 아프리카지역 등 세계 도처에서는 식량이 모자라 굶어죽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바로 이웃 북한에서도 쌀이 모자라 옥수수등 잡곡으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단다.
특히 이제는 우리나라의 농사방법도 예전과는 달리 현대화돼 벼이앙기, 콤바인 등 농기계가 등장했으며,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농법까지 개발돼 옛 우리조상 대대로 이어져오던 노동집약적인 농경방법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벼의 품종개량등에도 큰 성과를 거두어 이제는 쌀의 양보다는 품질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이른바 과학영농으로 치닫고 있단다. 또한 우리의 식생활문화도 크게 바뀌어 영양과다섭취로 인한 비대증상으로 살빼기작전이란 용어까지 등장했으니 금석지감 이라고나 할까.
한편 이와같은 풍요로움속에서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외국이 아닌 바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민학교 어린이 가운데는 아직도 도시락을 못가지고 등교를 하는 등 가난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이른바 불우이웃들이 있다는 현실, 이는 하루빨리 풀어야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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