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따뜻하게 비추어진 햇빛이 이름답고、맑은 가을하늘 또한 아름답고、아파트 옥상에 앉아있는 비둘기도 아름답게 보이는 아주 조용한 오전 나의 황금같은 시간 창밖의 아름다움들이다. 개구쟁이 두 아들이 학교에 가고 나 혼자만의 시간、나 자신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간들이다.
자연의 오묘함 속에서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느끼면서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올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왜 그걸까?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아이들에게서 배운 순수한 사람때문이리라 생각이 든다.
3년 전 두 아들이 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에 아이들이 어려서 버스를 타고 성당에 가는 게 무리다 싶어 어린이 미사 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어린이 미사시간은 나와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 산만하고 시끄럽고 도저히 앉아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짧은 시간동안 속으로 짜증만 내면서 앉아있었다.
하지만 어린이미사에 참석하는 횟수가 잦아짐에 따라 어린이 미사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변해갔다. 어린이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시간은 은총과 축복이었다.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강요하는 엄마、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화내는 엄마、시험지 받아오면 『조금 더하면 더 잘할수 있을 텐데 이게 뭐야』하면서 아이들의 숨통을 막는 엄마였었다.
어느 날 국민학교 3학년인 큰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점심을 먹으면서 하는 말이『엄마 시험봤는데 몇개 틀렸어요』하며 내 얼굴을 바라본다. 『음 잘했구나』 하는 내말에 의아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한테 잔소리처럼 하는말『그래 공부도 잘해야 되겠지만 자기 양심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 엄마는 더 좋아』하니까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엄마 오늘 우리 선생님께서 엄마하고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정직한 인간이 먼저되어야 한다고 엄마하고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하며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항상 엄마의 잔소리로만 알아듣던 말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가슴에 와 닿았던 모양이다.
3년동안 어린이 미사에 따라다니며 아이들의 순진함을 배웠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어린이 미사시간 마다 뒷좌석에 앉아 항상 이런 기도를 한다. 『주님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아주 건강한 어린이들이 되게 축복하여 주시고 이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되어서 이 사회의 주인이 되었을 때는 건강하고 바른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어린이들에게 은총과 축복 주소서』. 나에게 가장 귀하고 소중한 두 아들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또 이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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