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산과 들이 한해의 결실을 알려주듯 빨강 노랑 가지각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이렇듯 가을의 아름다움에 취해 살던 어느 날 미사를 드리고 돌아오면서 나의 신앙을 되돌아볼 생각을 가졌다.
주변 사람들은 가끔 날 보고 열심한 신자라는 말을 한다. 나 자신이 열심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님의 말씀 성서를 공부하고 이웃에게 그 사랑을 전했는가?
성서공부를 한다고 묵시록 강화를 듣고 돌아오는 손에 들린 성서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한없이 꼬리를 문다. 나에게는 너무나 부끄러운 알맹이 없는 신앙인이란 말이 더욱 어울릴 것같다.
항상 이일 저일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성서읽기를 등한시 해왔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몇초의 시간에 삶을 의지하고 살고 있지만 몇백년 살 것처럼 재물과 시간에 매여 살아오고 있다. 때로 우연히 구석구석에서 냉담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왜 성당에 안오세요?』하고 물어보지만『바빠서요!』『시간이 없어서요!』하는 말을 들을 뿐이다. 그러나 『그래도 성당엘 다녀야지요』하는 말 뿐 더이상 그들을 설득할 능력이 없는 나는 분명 알맹이 없는 신자임에 분명하다.
그 냉담자의 마음속에 성서말씀 한 구절이라도 얘기하여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기야 오랫동안 냉담하고 있는 남편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나의 신심과 교리지식이 누구를 회두시킬 수 있을까…. 아무튼 많은 대녀들과, 그중 냉담하는 대녀들이 있지만 그들 마음에 단비가 될 성서말씀 한마디도 들려 주지 못하는 마음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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