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예비신자도 못된다. 성당에 몇번 그것도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들려본 것이 고작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관면혼배를 받았지만 그땐 정말 뭐가뭔지(지금도 그렇지만) 모르는 상황에서 상당에 들어가서 결혼식(?)을 올렸을 뿐이다.
이 글을 읽을 많은 신자들이 뭐 이런 사람의 글을 이 신성한 신문에 기고토록 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에 조차 거짓말을 하기엔 내 양심이 허락지 않기에 감히 고해하는 마용으로 이 글을 쓴다.
신자인 남편은 내가 비신자인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내심 무척 인내하며 내가 올바른 신앙인으로 새롭게 태어나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남편의 기대와는 달리 나는 아직도 예수님이 하느님이라는 사실과 성모님이 동정녀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가 않다. 어쩌면 나의 사고 안에서 이해 될 수 없는 것을 과감히 수용하고 믿으려는 노력과 태도가 근본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인것 같다.
신양을 갖는다는 것도 은총이며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은혜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무딘 마음을 가진 나를 나 자신도 딱하게 지켜올 뿐이다.
그래서 난 쉽게 신자가 될 수 없을 것만 같다. 아니, 된다고 해도 그저 교회 언저리에 서성거리는 아웃사이더 정도에 머물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내 주위에 많은 이들, 최소한 나에 비해서 월등한 인격과 학식의 소유자들이 직ㆍ간접으로 교회에 관여하며 절대자의 모습안에서 자신을 성찰해 가며 살고 있음을 본다.
또한 인간적인 측면에서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하는 일들에 자신을 바쳐 투신하는 모습을 본다.
나는 비록 하느님을 잘 알지 못하고 깊이 믿지는 못하지만 하느님을 믿고 바라는 이들의 겸손하고 희생적인 삶에 대해서는 내가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성당에 들리게 된것을 조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을 가톨릭 교회에 우호적인 익명의 다수가 갖는 시각이리라 여긴다. 잘 믿지 못하지만 이런 이유로 시작하는 신앙도 교회는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리라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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