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船上)에서의 그리스도적인 삶(Christian Living on Board)이라는 주제로 제19차 세계 해양사목대회가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6일 동안 미국의 휴스턴에서 열렸다. 교황청의 여행ㆍ이주자 사목위원회가 5년마다 개최하는 이 대회는 지난 87년 아프리카 케냐의 몸바사에서 열린 제18차 대회 이후 5년만에 열렸고, 특히 올해가 콜럼부스의 미대륙발견 5백주년이 되는 해로 휴스턴에서는 이 대회의 의미를 극대화하고 세계각국 대표들이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청, 선원관련단체, 항만당국, 선박회사, 하역회사 및 자원봉사단체 등에서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부산교구의 길반석 신부님, 인천교구의 사비오 신부님과 필자는 한국대표단 3명의 일원으로 세계대회에 참가하였다. 이 대회에는 전세계 해양사목을 담당하는 성직자들, 각국의 해양선원가족 대표들, 일선에서 선원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유관단체 대표들이 41개국에서 2백30명이상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대회 첫날 교황청 여행ㆍ이주자 사목위원회의 위원장인 첼리 대주교가 약 30여분에 걸쳐 영어로 개막연설을 하였다.
이 연설에서 첼리 대주교는 이번 대회의 역사적 의미와 오늘날 선원들에게 대두되고 있는 제반 문제점 -최근에 일어난 해양계의 사회, 경제적 여건상의 급격한 변화-들을 하나 하나 지적하면서「도전과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선원(Seafarer)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해결방안을 만들어 나가는 자리가 되어 줄것을 역설하였다.
이 연설을 들으면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해양선원가족들이 얼마만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 직무의 중요성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있는가를 곰곰이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상선선원과 어선선원을 포함하여 8만여명의 해상 인적자원이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고 특히 해외취업선원들의 경우 연간 약 5억불(순 외화 가득률 100%)이라는 막대한 외화를 획득하고 있으며, 세계 제2위의 해상인적자원 대국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하루빨리 해상인적자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화, 새로운 해양문화의 확립과 더불어 보다 많은 관심이 여기에 주어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특수사목인 해양사목에 대한 인식이 활성화되고 보다 많은 성직자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외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자가 없는지, 있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여하히 해결해 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회의 둘째날 벨기에 신학원의 르뷰(Fr.Faul Leb-ear) 신부님의 만남(Enco-unter) -사명(Mission) -공동체(Community)의 강연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많은 감명을 주었다. 성서상에 나타난 바다와 인간, 특히 선원의 상호관계에 관하여 신학적인 입장에서 재조명하면서『선원 그들 스스로가 바로 교회』임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워크샵(Workshop)과 파넬(Panel)토론에서는 세계 각국의 항구에서 해양사목활동을 하고 있는 성직자들의 경험담을 듣는 좋은 기회였다. 뿐만 아니라 실제 선상생활을 하면서 그리스도 공동체를 조직하고 기도하며 선상 미사를 통하여 선원들 스스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는 필리핀 해양가족인 타비오스(Tabios)씨의 실증적인 사례발표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발표가 끝났을 때에는 참석자들의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대회를 마치면서 채택된 결의문의 내용은 최근에 일어난 해양계의 사회, 경제적 여건상의 변화의 의미를 평가하면서 해양민의 존엄성과 소명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었다.
다음번 대회는 1997년에 개최되는데 아시아 지역이나 스위스의 제네바가 강력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아시아 지역이라면 마닐라쪽이 될것 같다는 주최측의 발표를 들으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보다 많은 성직자들이 특수사목인 해양사목에 깊은 관심을 쏟아 한국의 성직자와 해양가족들이 더욱 자주 해외교류와 국제협력에 나서야만 할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욱이 세계 제2위의 선원 대국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교회가 선원 및 해양가족들을 위한 적극적인 사목활동에 나서야 할것으로 보여지며 외롭고 소외되고 하느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언제든지 응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의 보완과 해양가족들의 굳건한 공동체 형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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