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사랑, 가진 것은
촛불같은 마음뿐
틈틈이 모은 용돈 12만원
장판지 밑에다 남겨둔 채…
당신은 풀잎의 이슬처럼
떠났습니다
쓰지 못한 용돈 12만원
아, 당신은 얼마나
나를 슬피 울렸는지
지난 5월 비오던 날
땅바닥에 떨어진, 당신이
쓰시던 참빗을 보고
아- 내 가슴은 사금파리로
갉아 내듯 쓰려 왔습니다
참빗으로 머리를 빗어야
시원했던 어머님!
저는 지금 당신의 체온을
느끼는 낡은 참빗을 간직하고
당신을 향해 정좌하고
있습니다
분수대로 살아라
양심대로 살아라
당신의 하신 말씀
내 마음에 싹이 터.
지금은 풍요로운 가난으로
충만합니다
세례명 이한나, 1914년생
주님! 어머님의 영혼을
거두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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