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에서 그리스도교가 들어온 것은 약 7세기경이라고들 한다. 현재 니아미에는 4개의 가톨릭교회가 있으며 신자는 약 1만5천명이나 된다. 그 중 아프리카인이 9천여 명 나머지 4천여 명은 외국인이며 단, 2천여 명이 니제르인이다. 전국에 걸쳐 2만명 정도의 신자가 있다.
종교의 자유를 선포한 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이 널리 전파되지 못하는 이유는 10세기에 아프리카 북쪽에서부터 들어온 이슬람교인과 국민이 98%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각종 학교를 운영하며 병원과 보건소 등지에서 수녀님들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까닭에 가톨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 이웃나라와 비교해 볼 때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슬람교인과 대화를 나누며 주님의 뜻을 가르치며 꾸준히 사회에 봉사하는 것 그것이 임무라고 생각했다.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계시는 이곳 니아미교구의 로마노 주교님은 한국 사제의 파견을 기대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글을 쓰는 요즈음은 이곳 사람들은 우리의 사순절과 비슷한 이슬람교의「까램」이라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루에 5번씩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 환자를 치료하다가 간호사가 없어서 찾으니 옆의 진찰실에 가서 자리를 깔고 절을 하고 있었다. 때로는 수술하려다가 그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눈을 감고 참을 수밖에 ….
숨이 넘어가는 환자를 수술실에 눕히고 그 부모에게 수술한다고 알리면 그들은 마라부에게 허락을 받고 올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마라부는 가톨릭사제 같은 사람으로 절대적 존재이고 모든 일이 추장과 이들 마라부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얼마 전 음력설을 지날 무렵 작년 10월부터 과로로 인해서 그랬던지 이빨이 부러지고 통증이 심해 수술을 했는데 결국 상태가 악화되어 불란서까지 가서 응급치료를 받고 돌아왔었다. 그때가 마침 음력설이라 파리의 한국음식점에서 사가지고 온 흰떡으로 참으로 25년만에 음력설 기분을 내보며 떡국을 끓여 먹었다. 피곤할 때나 설날 같은 날을 보낼때 쌀밥과 떡국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림의 떡과 같은 것이었다.
몇 해 전에 한국의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에서 오신 유스티나 수녀님이 계셨는데 너무나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신 탓에 시력도 나빠지고 위장도 탈이나 결국 귀국하실 수 밖에 없으셨다. 그 수녀님께서는 매 성탄절마다 잊지 않고 카드를 보내주신다. 지난번 최 데레시아 수녀님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읽을 때 장님이 된 수녀님 이야기가 나와서 혹시 유스티나 수녀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최 데레사 수녀님은 우리 부부가 불란서에 들렀을 때 잠깐 뵈었는데 그때 아프리카 생활을 직접 경험하셨던 터라 갖고 계시던 몇 개의 귀한 라면(?)을 모두 주시며 먹으라고 하셨을 때 진정으로 우리의 생활을 이해하시고 나누어 주셨던 수녀님의 사랑에 너무나 고마웠다. 또한 본국에 가셔서도 잊지 않고 달력과 격려의 편지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 이 기회를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가난하고 세상의 관심이 희박한 이곳 니제르에서 조금이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혼을 되새기고 주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보려고 자라다가 시들고 마는 무우밭을 만들어 키우며 병원의 일과 모든 어려움을 조금이 나마 떨치려는 검게 탄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늘 건강이 함께 하기를 주님께 기도드리곤 한다.
머나먼 타국 땅에 와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구하고 어엿하게 자라 불란서에서 의사활동중인 큰딸, 미국에서 공대를 졸업한 아들과 불란서 간호대학 졸업생인 딸의 모습을 보면서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25년간 이곳 니제르에서 활동한 공로로 니제르 최고훈장을 받기도 했지만 더구나 올해 들어 고국에서 날아 온 가톨릭신문을 받게 되어서 더욱 기쁜 마음이다. 그 같은 관심과 배려를 베푸신 조국에 계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기도중에 함께 만나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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