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았던 시간이라 말하지 않으오리다.
고통속의 시간이라고도 말하지 않으오리다.
오늘 당신이 가시는 날!
허나 살아온 역사 깊숙한 곳으로부터 숨쉬던 맥이 끊기는듯 하더이다.
당신의 가심이,
마치도 오늘 우리 모두가 함께 스러지는듯 가슴이 떨려옵니다.
그러나, 한 역사의 꽃잎이 떨어져 묻히는 오늘,
당신의 시간속에 함께한 우리는
이 메어지는 가슴을 조심스레 진정시키렵니다.
그리고 오늘 당신께서 품으시고 가시는 그 마음을
우리의 것으로 삼으렵니다.
저녁 무렵, 한 송이 꽃잎이 스러져갈 때 그 가슴에 품은 씨앗은
다음날 아침 더 많은 꽃봉오리를 드러내듯
당신의 가심은
당신의 가슴을 지닌 이 시대의 더 많은 꽃을 잉태하심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주교님!
당신이 가시는 길 앞에 선 우리는 섧다 울지 않으렵니다.
단지 당신의 삶 깊숙한 곳으로부터 울려오는 소리에
오늘 귀기울이고, 당신의 그 목소리를 들으렵니다.
그리고 당신처럼 살렵니다.
답답해하셨던 시간들 속에서
주님의 뜻 이루시고저 몸부림치셨던 그 모습,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우리들 속에 살아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당신을 보내며, 당신의 사람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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