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타계하신 안의섭 화백은 지금부터 46∼7년 전 나의 국민학교 은사이셨다. 피아니스트이시면서 그림에도 퍽 조예가 깊으셨던 것 같다. 여하튼 그때 안 선생님은 우리의 음악 선생님이셨다. 해방 몇 해 후라 교실이 풍족치 못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문을 해 달고 우리 반 한 학급을 음악반으로 만드셨다. 20대 피 끓는 정열로 우리의 가곡 세계 명곡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르치시고 방송국(그때는 남산에 있었음) 어린이 시간에도 데리고 가셨다.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는 집에 가시지도 않고 학교에서 밤을 세워 포스터를 그리시며 환경 미화에도 열을 올리셨다. 그 후 오랫동안 신문 연재만화「두꺼비」로 사실 때는 항상 은사이셨던 추억을 꺼내 읊조리면서도 찾아뵙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돌아가시니 나는 또다시 나의 어린이 시절 10살 안팎으로 줄달음치며 선생님의 천상영복을 빌어본다.
아! 배문한 신부님.
내가 신부님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수원 북수동본당 성가대에서였다. 그러니까 신학대학을 가시기 전 서울 농대 재학 중이셨을 때 신부님은 테너 파트셨다. 성탄절과 부활대축일 미사 때는 독창을 하셨는데 어찌나 음색이 곱던지 기도의 간절함이 천상의 음악 소리 같았다.
내가 다시 신부님을 뵙게 된 것은 신학대학을 마치시고 로마 유학에서 돌아오셨을 때 고우회란 이름 아래 옛 성가단이 한 자리에 모여 하느님을 찬양하며 좋은 옛날의 화음으로 성가를 부르며 1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였다.
그 후 가톨릭신문 등 지면을 통해 신부님의 좋은 글을 접할 때는 반갑고 존경스러웠다. 여주본당에서 배 신부님께 세례 받은 어느 자매님은 자기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이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하늘나라의 천사가 지상에 내려오시지 않았나 싶다고 한다. 항상 누구에게나 겸손하시고 사랑을 실천으로 옮기시는 분이시라고.
내가 가장 최근에 가깝게 뵌 것은 몇 년 전 잠원동성당 성가단 성지순례 때 수원가톨릭대학에 갔었을 때였다. 사전에 아무런 약속도 없었는데 뵙기를 청했더니 까만 수단을 입으신 신부님께서는 특유의 웃음(아기 같은 미소)을 지으시며 건물 밖 운동장으로 나와 주셨다. 학장 신부님이시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소박한 웃음과 몸짓으로.
아! 신부님, 아직도 신부님을 생각하면 그 천진한 웃음 가득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랑의 실천을 몸소 죽음으로 택하신 신부님, 부디 천상영복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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