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인 마을에서 검은 성모상을 보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 놀라움은 동일한 신앙을 자신의 문화권속에 아주 잘 동화시켜 놓은 모습에 대한 신선한 감동일수도 있음을 곧 깨닫게 된다.
얼마전에 잠깐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여자들의 미사보 착용 문제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훗날 언젠가 미사보를 까맣게 잊어버린 서구의 신자들이 우리의 성당에서 미사보를 쓴 여인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신앙이 갖는 외양들은 그것이 자신의 내면 심상에 얼마나 잘 융합되느냐에 따라 그 형식적 가치나 적합성이 판가름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외양이 아닌 교회내에서의 역할에 있어 문화권간의 격차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할지에 대해 때론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다.
미국에서 두해를 머무는 동안 대학구내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일미사에서 강론하던 수녀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천사와 같이 여겨지던 미소속에서 우러나오던 그 맑고 낭랑한 수녀님의 음성을 떠올릴 때면 문득 그곳에서 그 강론을 다시 듣고싶어지는 향수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그때 그 미국수녀님의 역할은 신부님과 크게 다를바없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의 성당에서 소리 없는 손길로 새벽미사를 준비하는 수녀님의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아름답게 여겨진다. 그러나 어쩐지 그 모습이 우리의 수줍은 옛 어머니들처럼 항상 신부님의 뒤에 가리워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혼자만의 유별스러움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오래 드리워져 온 성역할 편견의 그늘이 교회내에서의 수녀님의 역할에도 드리워져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게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들은 눈부시게 변해가고 있다. 가정에서 전통적인 현모양처의 역할을 거뜬히 해내면서도 사회의 전면에서 남성들과 나란히 활동하는 여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참으로 전통과 현대의 잘 어우러진 조화를 이들의 모습에서 보는것 같다.
미사를 준비하는 손길과 더불어 수녀님의 강론을 듣고 싶은 마음도 바로 이러한 교회내에서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대한 요구인 지도 모르겠다. 남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자신자들을 보노라면 이러한 요구가 더욱 커져감을 깨닫게 된다.
참으로 주일미사에서 수녀님의 강론을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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