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9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카이로에서 개최하는「세계 인구와 개발회의」는 그 준비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2천년대의 인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회의로 주목 받고 있는 이 회의는 그동안 세 번의 회기 중 34차례의 준비모임을 거쳤다. 지난 4월 뉴욕에서 열린 마지막 준비회의에서는 본회의 준비를 위한 1백18쪽에 달하는 최종문서 초안이 작성되면서 문제점이 노정되어왔다.
물론 이것이 최종문서의 초안이기는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인구문제와 개발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였다기보다는 몇몇 사안들은 충격과 깊은 우려를 자아내면서 로마 교황청을 비롯한 전 세계 가톨릭 교계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있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는 지난 8월 15일자로「우리는 생명과 사랑, 그리고 가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통하여 이 최종문서 초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최종문서 초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개인의 권리 신장과 인구 증가의 억제라는 미명 아래 인공임신중절의 조장, 윤리성이 결여된 생활행태, 가정의 정체성 침해 등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방임주의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는 우려하였다.
이 최종문서 초안이 본회의에서 어떻게 처리될지는 두고 보아야 알겠지만, 지금까지의 준비모임을 통한 최종문서 초안이 9일 간에 불과한 본회의에서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들이 일괄 조정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미 준비모임 과정에서 교황청을 비롯한 교계의 거센 반발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초안에서 확정시켰으며, 최근에는 카이로 세계인구와 개발회의 사딕 의장이 교황청의 비난을 일축하는 등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이 이번 카이로회의에서 세계 인구와 개발문제에 내리는 결론을 전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가정이 가정답도록 공동 노력하여야 할 유엔이 스스로 제정한「세계 가정의 해」에 갖는 인구와 개발회의가 근본적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인공임신중절을 조장하고 가정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인류의 미래는 윤리 부재의 터전에서 존속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명목으로 인간이 개발의 수단이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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