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1월 16일 새 보편 교리서인「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공표했다. 불란서 주교단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이 새 교리서는 1566년 트렌토 공의회(1545~1563년)이후 루터의 종교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성비오 5세에 의해 간행된「로마 교리서」후 실로 4세기만에 편찬된 가톨릭 교회의 표준 교리서로 전교회가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가르침을 더욱 충실히 실천하여 2천년대의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지침서라는데 커다란 뜻이 있다.
새 교리서는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 30년만에 교회의 교의전례, 윤리 및 영성생활에 관한 과거와 현재의 모든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요약, 정리하여 현대의 상황에 적용하고 있다.
교황이 새 교리서의 공표에 즈음하여 발표한 사도적 현장「신앙의 유산」(Fidei Depositum) 에서『전례 개혁과 새 교회법에 이어 이 교리서는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시작한 교회 생활 전반의 쇄신작업에 매우 중요한 공헌을 할 것』으로 크게 기대되고 있다.
원래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중앙에서 새 교리서를 편찬하여 지역 교회로 하달하기를 원치 않았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지방 분권화와 주교「단체성」을 존중하여 새로 설립된 각종 주교회의에 그 임무를 맡겼던 것이다.
그러나 제2차 바티깐 공의회 폐막 20주년을 기념하여 1985년에 개최된 세계주교시노드 임시총회에서 주교들은 견해를 바꾸어『전교회가 매우 절실하게 느끼는 더욱 분명하고 확실한 교리의 필요성』에 부응하기 위해 하나의 통일된 참고 및 확인 수단으로 보편 교리서의 편찬을 희망하게 되었던 것이다.
새 교리서의 의도는 분명한 것이다. 종교교육이 관용주의적으로 되어가고 회의주의와 종교적 무관심과 무지가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처하며 미래의 복음화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교회는 이제 자신의
신앙의 진리와 윤리관을 최근의 신학의 연구 성과를 기초로 집대성하여 가톨릭 신앙의 체계적이고 확실한 해설서를 마련하게 된것이다.
새 교리서는 주교들의 대의원회의인 시노드의 결과로 제안된것을 교황이 받아들여 주교들에 의해 작성되었고 전세계 3천여명의 주교들과 수많은 신학자, 성서학자, 교리교육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교황에 의해 인준되고 선포된 실로 보편교리서에 걸맞는 교도권에 의한 교재라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새 교리서는 4세기 전에 간행된「로마 교리서」가 사목자들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모든 주교들과 교리 교육 책임자들 및 신자들 뿐만 아니라 가톨릭 교리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다.
전부 4편으로 구성된 새 교리서는 교리서의 전통적인 순서에 따라 제1편에서 신앙 고백(교의), 제2편에서 그리스도교 신비의 거행 (전례와 성사), 제3편에서 그리스도안에서의 생활(윤리), 그리고 제4편에서 그리스도교적 기도를 다루고 있다. 특히 윤리를 다루고 있는 제3편은 생명 윤리, 장기 이식, 인공 출산 등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상황과 문제들을 다루면서 교회의 입장을 분명하게 재확인하고 있다.
새 교리서는 보편교리서로서는 처음으로 환경, 인권, 정치, 윤리, 외국인에 대한 존중 등도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을 일별하면, 새 교리서는 이혼, 낙태, 안락사, 동성애 등을 금하는 종래의 가르침을 재확인하면서 태아의 성을 선별하기 위한 조작을 단죄하고 장기 이식은 기증자의 동의 하에서만 허용하고 정자 제공대리모 등 제3자를 이용한 출산은 본질적으로 부정직한 것이며 부부간의 인공수정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새 교리서는 여러 신학서적이나 교리서 등의 하나가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 전체의 교리 교육 활동을 위해 전반적인 표준이 되는 참고 교재이다.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고 현대인들과 대화해야 할 임무를 지니고 있다.
새 교리서는 복음의 진리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시대의 징표에 주의를 기울이며 복음화와 인간 발전에 전력을 다하고자 하는 교회의 그러한 쇄신된 자아 의식을 실현하기 위한 유권적인 도구이다.
모든 신자들은 이 새 교리서를 받아들여 자신의 신앙을 가다듬고 선교 정신을 굳건히 다짐하며 진정한 교회 쇄신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새 교리서는 교황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교회 당국, 즉 교구 주교들과 주교회의, 특히 사도좌의 인준을 받은 지역교회의 교리서들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지역교회의 새로운 교리서 편찬을 장려하고 도와 주기 위한 것이다.
현대 세계에서의 가톨릭의 가르침을 확실하게 체계화한 보편교리서가 6년간의 오랜 준비끝에 드디어 전세계 교회에 제공되었다. 이제 그 내용을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하기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할 차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새 교리서의 한국어판이 하루 빨리 번역, 출판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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