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필리핀 바닐라에서 제1차 아시아 태평양지역 그리스도교 명상기도모임이 열렸다.
이 모임에 참가한 성베네딕도회 강순건 신부의 글을 통해 우리 귀에 설익은 「그리스도교 명상기도」에 대해 알아보고 이번 모임의 일정과 신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5일간 제1차 아시아 태평양지역 그리스도교 명상기도모임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다. 이 모임에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거의 모든 나라와 북미주에서 성직자 수도자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이 평신도인 2백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죤 메인신부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스도교 명상기도를 실천하는 모임들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기들이 속한 본당이나 가정모임, 수도공동체나 직장 등에 구성된 작은 명상기도 모임들에서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명상기도에 대한 간단한 가르침을 글이나 테이프 혹은 비디오를 통해 배우고, 함께 30분 정도의 명상시간을 가진후 질의응답이나 생활체험나누기 등을 통해 명상기도와 함께하는 그리스도교 생활의 깊이를 더 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다.
이번 모임이 열리게 된 계기는 이런 기도 모임을 시작한 죤 메인 신부의 선종 10주년을 기념하며, 동시에 거의 모든 종교의 발상지인 아시아에서, 그리고 또한 이 지역의 모든 종교들이 명상기도양식을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아시아인이며 그리스도인들인 우리가 그리스도교민의 명상기도 전통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더욱 풍부한 그리스도교 생활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탐구해 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들이 이 지역내의 여러가지 갈등과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명상기도 수련의 길을 통해 타 종교와의 대화를 두텁게하고 아울러 사회참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힘의 원천을 발견하고 체험하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기도 모임을 지난 1982년 선종한 영국인 베네딕도회원 죤 메인(J.Main) 신부가 1975년 런던에 명상기도 센터를 시작하면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리스도교 초기수도자들(사막의 교부들)의 글속에서 침묵속에 드리는 단순하고도 깊은 명상기도의 가르침을 발견하고 이를 스스로 실천하는 중에 이런 명상기도가 옛 수도승들에게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바로 현대의 모든이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명상기도는 단순하면서도 실천적인 기도이다. 두뇌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과 정신이 하나가 되어 드리는 기도이며 이론을 따르기보다 체험에 관한 것이다. 명상기도는 한 인간의 내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치유시키고 완전으로 이끌기 때에 기도라고만 할 수도 없다. 이것은 일종의 영적 수양이며, 생활양식이고 인간 내면의 중심에서부터 시작되는 삶의 여정이다. 명상기도의 핵심은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각 사람 깊숙한 곳에 끊임없이 성령을 불어넣으시는 그리스도 자신의 기도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느님은 그분에 대한 모든 가르침이나 생각을 초월하신 분이시다. 하느님의 현존은 우리 존재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우리의 모든 상상을 넘어서 계신 분이시다.
따라서 명상기도는 「순수한 기도」 안에서 우리자신의 모든 생각과 상상과 소원들을 벗어버리고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우리의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런 기도 속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기적인 자아를 떠나며 그리스도안에서 서로를 위해 죽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을 체험하고 하느님이 심어주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다만 아주 짧은 성구(聖句) : Mantra)를 끊임없이 속으로 외우며 그 내면의 소리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 들으며 20∼30분간의 시간을 하느님안에서 보내는 것이다. 죤 신부는 초대교회의 전통에 따라 마라나타(maranatha : 주 예수여 오소서)를 4음절로 나누어 또박 또박 외우도록 가르쳤다. 20∼30분의 시간은 짧기도 하고 길 수도 있다. 마음으로 깨어있으며 만트라(Mantra)가 우리안에서 리듬이 되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을 듣고 있는 기도의 시간은 순간적으로 느껴지지만 많은 분심과 상상속에서 이 기도속에 머무는 시간은 그지없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일 수도 있다. 이 기도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초월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고백하며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기도이므로 자신을 낮추는 깊은 겸손과 단순함 그리고 성실함이 꼭 필요하다. 이 기도를 단순히 기도라 하지 않고 명상수련이라 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살고 있는 변화된 모습을 발견하는 하나의 수도(修道)이기 때문이다. 단순함과 성 실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도에는 특별한 기술이나 지름길이 없다고 죤 신부는 말한다. 명상기도는 우리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하느님의 사랑 안에 나를 온전히 내어맡기는 신앙과 사람의 행위이므로 필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 아니라 조용한 시간과 장소, 흐트러지지 않은 몸가짐과 마음의 단순함과 성실함만이 요구된다. 이것은 물론 자신의 능력에 기대하지 않고 하느님 자신께 모든 것을 맡기는 영적 가난의 정신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 명상기도에 빠질 수 없는 차원은 공동체적 성격이다. 공동체가 함께 드림으로써 우리는 이 기도의 깊이를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비록 혼자 시작하더라도 기도 속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발견하게 되고 형성하게 된다. 죤 신부는 하루에 두 번 아침식사 전과 저녁의 조용한 시간 매일 20∼30분간 개인으로나 소그룹으로 이 기도를 바치고 한주일에 한번 큰 그룹으로 만나 함께 기도하고 체험을 나누면서 서로의 삶의 변화를 지켜보고 확인하는 동반의 길을 계속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삶속에서 명상적 차원을 되찾기 위한 갈망이 뜨겁다. 수도생활이나 성직자 생활 속에 숨겨져 있어야 할 명상적 차원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메마른 영적 생활 속에서 인간적 노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많은 신자들이 자신만을 위한 신앙생활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헌신적 생활을 다해 그리스도교적 명적생활의 풍요로움을 체험하고자 하며 그 힘으로 세상의 문제와 고통을 나누기도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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