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안돼 그 돈이 어떤 돈인데 그럴수는 없는일이야』. 그 새댁이 한밤중에 야반도주를 하듯이 없어졌다는 이야길 들었을때 나는 그만 사색이 되었다.
갓 돌이지난 아기를 데리고 신혼부부가 이웃집으로 이사를 들어온 것이 서너 달 전이었다. 나이 어린 새댁이 아기를 데리고 쩔쩔 매는 것이 안스러워 아기를 봐주기도하며 꽤 가깝게 지냈는데 며칠전 한밤중에 아기가 아프다며 돈을 좀 빌려주면 애기 아빠 월급 타서 갚는다기에 수중에 있던 돈 3만원을 덥썩 빌려주었다. 그런데 애기 아빠 월급날 온다간다 말도 없이 필요한 가재도구만 챙겨가지고 없어져 버린것이다.
그녀가 없어진뒤 근방에서 그녀에게 돈을 안빌려 준 사람들이 없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성당에 헌금 좀 많이했다 생각하고 잊어버려요 그렇게 좋은일 하기는 어디 수월하겠소』 사람 좋은 남편은 그렇게 나를 달래었지만 하루종일 앞니로 물어뜯어가며 밤껍질을 벗겨야만 하루에 2천8백원을 벌수있는 한손조차 불편한 나로서는 여간 아깝고 큰돈이 아니다. 속을 바글바글 끓여가며 그새댁을 원망 하였건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나를 보다못한 남편이 묵주를 내손에 쥐어주며 성서의 한귀절을 펼쳐 주었다.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고 재판을 걸어 속옷을 가지려거든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누가 억지로 오리를 가자하면 십리를 같이 가주어라.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주려는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말아라」(마태오6, 39~42) 처음에 그 귀절을 대할땐 『치 내가 예수님인가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까지 할 수가있어』하면서 투덜거렸는데 매일매일 아침 저녁으로 그 귀절을 암송하고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그동안 내 딴에는 신자로서 부끄럽지않게 살아왔노라고 자부하던 것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마나 이기적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만을 사랑했던지 절실하게 뉘우칠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그새댁이 어디에서 살던간에 바르고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게 되었다.
주님께서 그런 계기로 나 자신을 돌아볼수있는 기회를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할수 있는 마음으로 이글을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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