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땡…
엄마, 종소리 나는데 교회 가야지?
꼬마는 종소리가 좋았고 그 멜로디는 그에게 알 수 없는 무한한 감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꼬마의 어머니는 무척 교회를 사랑했고 손수 지은 건물이라고 항상 자랑을 했지요. 꼬마는 종소리 따라 어머니의 굵고 따뜻한 손을 잡고 설날같은 기분으로 망아지 처럼 뛰면서 교회로 향합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아가야, 신발 닳아진다. 천천히 걸어라』했죠. 1967년 겨울 그해 크리스마스 선물인 옥수수빵은 숨가쁘도록 맛있었고 빵을 먹을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요. 이듬 해 봄날 교회에 가는 도중 두살 위인 형이 자전거에 치여 다리가 부러지는 아픔이 있었고 꼬마는 경거망동한 형을 미워했습니다. 그충격으로 꼬마는 하느님과 맛있는 빵을 잊기로 했습니다.
여섯살 되던해 꼬마는 과수원으로 이사했고 여덟살이 되어 긴 머리 빡빡깍고 빨래비누로 젓때지우고 검정색 고무신에 가슴엔 커다란 손수건을 달고서 학문의 대열에 서게 되었죠, 사는 곳이 산골짜기인지라 식구들이 밤에서 늦으면 기다림에 지치고 부엉이 소리 밤새 소리는 꼬마를 무서움으로 데리고 갔었지요. 꼬마는 틈에 불을 켜고 엄마가 일러준 대로 쌀을 씻고 물이 손등에 올라올 정도로 부어 장작불 지펴 밥을 지었다. 때로는 이야기 할 친구가 없어서 혼자 나뭇군이 되었다가 선녀가 되었다 했지요. 그래도 심심하면 보자기에 떨어진 옷을 넣어 보따리 공을 만들고 축구선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꼬마는 커서 도시로 향했습니다. 인생을 생각하고 사랑을 알게 되였지요. 그러나 그는 늘 무언가를 그리워했고 그 그리움의 대상은 바로 하느님이심을 알게 됐습니다. 겨울이 되면 옥수수 빵이 먹고 싶었는데 찾아간 그 곳은 교회 아닌 성당이었지요. 아마 발길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은 하얀 면사포와 밝음 그 자체였나봅니다. 몇해전 다리를 다친 형은 사고로 그만 볼 수가 없게 되였고 나는 성냥개비처럼 말라 백분의 일도 살 수가 없는 그가 마지막 눈물을 흘리며 『엄마』하고 가버린 야속한 이별을 보았습니다. 하느님 당신은 엄마, 하고 부를 수 있도록 형에게 기적의 힘을 주셨고 눈물의 사죄를 주셨습다.
이제 저는 당신 안에 있으며 당신 없이는 견딜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원초적 가슴으로 받아 주었으며 단풍잎 일렁이는 11월의 늦가을에 「시몬」이라는 건사한 새 생명의 이름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유리 창 붙여 달라는 바램의 기도는 하지않겠습니다.
당신의 뜻에 따라 보잘것 없는 나의 육신과 영혼을 도로 드리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성당의 종소리처럼 순수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오늘도 숨소리조차 모르게 다가와 두손을 내 어깨위에 올려 놓으시며 당신의 체온을 느낌으로 주셨으니 이 은혜 어찌하겠습니까. 다시 하느님 당신에게 돌려 드러나이다. 아멘.
※문예성당 : 793-7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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