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을 감돌아 낙산으로 이어지는 성곽을 마치 제 담장처럼 드리운 혜화동 대신학교 기숙사 중에서 강학관 3층에 내 자리를 잡았다. 확 트인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남산과 비원과 그 나머지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집들이 보이는 서울이 저기 있다. 이제 서울은 일개 지명이 아니지 싶어 서울이 저기 있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 서울이라는 야망이 저기 있는 것이다. 그 야망은 채워질 줄 모르고 부풀어만 간다. 또 거기서 줄타기를 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이질 않는다.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은 아름답지가 않다. 서울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저것들은 집이 아니다. 집이라는 어감이 주는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저것들이 오히려 빌딩이라 불리우고자 소리치고 있다. 저것들은 마치 바벨탑을 닮았지 싶다. 재력과 권력을 드러내는 탐욕과 교만을 깔고 앉아 마치 하늘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더럽게 버티고 있지 않은가? 거만하다. 지저분하다. 하늘을 향한 옥상은 너저분한 게 더럽기 짝이 없으나 옆구리에는 돈을 쳐발라 치장을 했다. 그 꼴이 마치 촌년이 분을 떡칠한 것 같아서 구토가 난다. 저 모양새로 짐작하건대 거기 사는 놈들은 하늘엔 관심이 없고 사람을 제 발 아래 놓아 내려다보기를 즐기는 잡놈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저렇게 밑에서 보는 사람만 서러울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게다.
그러나 사람아, 하늘에서 받지 않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더냐? 우선 네 숨가닥부터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더냐? 저기 서 있는 나무랑 돌이랑 산자락이랑은 위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있다면 네기 돌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더냐. 그렇다면 새로 배워라. 겸손해지라는 말이다. 그리고 눈을 맑게 해서 위에서 보는 재미가 다 헛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거라. 위에서 내려다보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 한 분만 계신다. 새 세상이 그것이다. 옆으로 보건대 아무도 나만 못하지 않고 다만 아버지가 계신 하늘과만 위아래가 있는 세상 말이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자유며 또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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