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賞)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우선 상이란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벌(罰)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한번쯤 상을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 기분을 잘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유치원(유아원?)이라는 곳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공적인 인생살이에서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까지 우리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상은 몇개나 될까.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한번도 상이란 것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에서부터 수도 없이 상을 타는, 이름하여 상복이 터진 사람도 있을테니까. 상복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한가지 공통적인 사실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상을 타볼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중고등학교를 떠난 이래 특별한 기회가 아니고선 상을 받을수 있는 사람은 정말 한정돼 있다.
아마 전체 인구의 1%가 안 될 것이다. 아니 천만의 말씀이다. 0.01%도 안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된후 상을 타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대부분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훌륭한 사람이 많은 사회가 훌륭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만일 상을 받는 사람」=「훌륭한 사람」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면 사회를 개조시키는 일은 의외로 간단할 것같다. 모든 국민에게 상을 주면 되니까…
오늘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병들고 곪고 썩어 성한 곳이 없게 된것도 어쩌면 훌륭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부족한 탓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이처럼 부질없고 엉뚱한 생각이 드는것도 다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 탓일 것이다. 훌륭한 사람에게 줄 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상을 받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시상제도는 우리 인간 삶에 있어 꼭 필요한 활력소 역할을 한다. 사회속에서 행해지는 시상제도는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개는 어떤 분야에서든 남들보다 자기를 더 열심히 활용한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는 점이 그렇다.
이웃을 위해 자기의 가진 바를 나누는 사람, 자기의 노력을 통해 이웃을 돕는 사람, 뚜렷한 연구업적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 좋은 글로서 남에게 깨우침을 준 사람, 의술을 통해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사람, 좋은 음악으로 아름다운 정서를 사람의 마음에 심어준 사람, 심지어 자기의 생명을 던져 이웃의 생명을 구한 사람 등등.
흔하지는 않지만 이웃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아낌없이 바친 사람의 경우는 성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사람이다.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아무나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을 한 사람들에 대한 시상제도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격려와 칭찬에 그 의미가 있다. 그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한다는 의미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상을 받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가 밝고 건강한 쪽으로 가고있다는 하나의 징표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상의 공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객관성이 전체가 될때의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 교회안에서 늘어나고 있는 시상제도는 일단 고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교회자체에 대해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신뢰도가 그 상의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의 공식적인 시상제도의 효시는 아무래도 평신도 사도직협의회가 82년도에 제정한 「가톨릭대상」일 것이다. 사랑 정의 문화 등 세개분야로 나뉘어 시상되는 가톨릭 대상은 아마도 가장 가톨릭적인 정신을 담고있는 상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우리 교회가 으뜸으로 치는 덕목이자 스승 그리스도를 따를수 있는 핵심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2일 제7회 시상식을 갖는 「가톨릭 가요대상」은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주관, 6회째 이어져 왔으며 잠시 중단되었던 시상제도. 한국 가톨릭 문화선양회가 승계한 가요대상은 교회와 대종문화와의 접합이라는 신선함을 던져주면서 이미 사회속에 친숙한 시상제도로 인정을 받고있는 상태다.
가톨릭 방송대상, 가톨릭 영상대상, 가톨릭 언론대상 등 3개 시상제도는 역시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주관하는 상으로 올해 연속적으로 시행, 관심을 모은바 있으며 건전한 문화 창달을 격려하는 시상제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 88년 가톨릭 맹인선교회가 제정한 「심청이상」은 장애인 단체가 주관한다는 특이성과 사랑 실천에 대한 강력한 호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교회의 시상제도 춘추전국 시대를 지켜보면서 관계자 여러분에게 몇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신뢰와 공신력에 대한 부담감을 가져주십사』하는 것이다. 신뢰와 공신력이야 말로 시장제도의 생명이고 가톨릭교회의 시상제도는 그것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주어도 그만, 주지 않아도 그만인 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교회가 주는 상은 꼭 필요한 상이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교회가 주는 상은『누구든지 꼭 받고 싶은 상이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할만큼 자부심을 가질수 있는 시상제도가 아니라면 교회의 시상제도는 심하게 표현해 하나의 낭비에 불과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을 탄다는 것은 신나는 노릇이지만 교회는 그 신나는 노릇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해 주어야만 한다.
어째든 상을 받는 일은 좋은 일이다. 그것은 최선을 다한뒤에만 맛볼수있는 기쁨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상을 받지 않고도 묵묵히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음을 알고 있다. 그것 역시 대단히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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