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신성불가침하고 존엄한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때문이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고 이 세상에서 그분의 일을 하도록 불림을 받았다는 그 사실이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신성불가침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죽이는 행위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하느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이며 그분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지난 인간역사를 되돌아보면 지배와 피지배ㆍ압제와 피압제ㆍ주(主)와 종(從)의 이중구조가 인간사회를 형성해왔다. 이러한 사회구도는 근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인권선언이 채택되기 시작하면서 서서이 인간평등사상으로 옮겨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인권선언과 그 내용이 얼마나 지켜지고 실천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미지수일수 밖에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인간의 구원자」에서 바로 이 문제에 대해『세계 인권선언과 그 문자의 채택이 과연 어디서나 그 정신의 실현을 의미하는가?』 고 반문하고 『우리가 거의 다 그 실현과는 아직도 너무나 거리가 멀고、때론 사회생활과 공민생활의 정신이、선언된 인권의 문자에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이념과 체제가 민주주의를 수용하지 않는 국가들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실상 민주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가 82년도부터 매년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의로 제정한 것도 바로 우리사회에서 유린되고 침해받고 죽어가는 인권을 수호하고 신장시키기위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유신독재체제나 공포와 억압의 5공때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권문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금년도 인권주일를 맞아 정평위가 발표한 담화문은 태아의 생명권수호를 비롯 여성ㆍ양심수 그리고 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돼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인권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수호되고 존중되고 나아가 신장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참된 평화와 정의와 사랑이 있는 인간사회가 될수 없기 때문이다. 이점에 있어 역시 교황은『어느 정권、어느 사회、어느 체제와 환경에서도 이 권리의 신장은 그곳에 진정한 인간의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본조건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이 기회에 우리가 함께 생각할 것은 법적이고 제도적인 인권보장도 중요하지만 평상의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 교회안에서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 서로가 서로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는 풍토야말로 교회를 진정으로 사랑과 일치와 평화가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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