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빨갛고 큰 꽃송이를 활짝 펼치고 화려한 자태로 서서 한껏 뽐내고 있었다. 그 곁에서 소박한 모습으로 조용히 살고 있는 아마란트(시들거나 지는 법이 없다고 하는 전설속의 꽃)가 장미를 쳐다보면서 칭찬을 했다.
『참 곱기도 하지. 신이 보기에도, 또 사람이 보기에도 얼마나 탐날까! 당신의 아름다움과 짙은 향기에 축하를 드립니다』
아마란트를 돌아보고 장미는 갑자기 풀죽은 얼굴이 되어서 힘없이 말했다.
『이 아름다운 꽃잎도 이 달콤한 향기도 그 생명은 지극히 짧답니다. 누가 나를 자르지 않는다 해도 나는 곧 시들고 말지요. 나는 정말로 당신의 수수한 모습이 부럽답니다. 당신은 언제나 시들지 않고 싱싱한 모습으로 살아서 꽃을 피우니까요』
이 이야기는 이솝우화의 한 토막이다. 대개의 우화들이 우리 인간들의 삶을 풍자하고 교훈을 주듯이 이것 또한 우리로 하여금 사는 방법과 태도에 대하여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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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조사해 보면 나는 학생들의 높은 이상과 만만한 패기에 감탄한다. 20년 혹은 30년쯤 뒤에는 이 세상은 정치가와 학자와 판사, 검사와 의사와 과학자 기업가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나 그때가 되어도 역시 이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는 학생들의 꿈이 높은 것을 탓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어쩌면 꿈은 높을수록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그 성취를 위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할테니까. 그런데 내가 불만스러운 것은 그 많은 학생들 중에 농부나 교사나 트럭운전수나 기능공이나 신부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잘 찾아보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다시 말하면 학생들은 대부분이 화려한 외형적 삶과 명예와 부, 권력을 삶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의대나 법대, 경찰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왜 거기를 선택했느냐고 물어 보곤 한다. 의사가 되고 법관이 되며 경찰 간부가 되는 것이 진리를 가르치고 정의를 실천하고 가난하고 병들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학생을 나는 불행히도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그것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이고 돈을 벌수 있는 길이고 권력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가 어른들의 잘못이다. 어른들이 그들에게 옳고 바르고 아름답게 사는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지도 보여 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의 가치는 장미와 갈은 화려함에 있는 것은 아니다. 구멍가게 주인이든 버스운전수든 백화점 판매원이든 하느님의 말씀을 진리로 믿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야 말로 아마란트처럼 늘 싱싱한 삶을 사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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