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롭고 포근하던 지난날의 산하는 다시 올 봄을 기다리며 긴 겨울잠에 빠져든 듯하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차고 음산한 반도는 우리네 마음을 묶어두고 있고, 피부에 와 닿는 냉기에 새로운 따사로움을 그리워 해본다. 한 해의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필름처럼 스쳐지나가 버린 세월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가슴 가득안고 새로이 주어질 은총의 시간에 그냥 神의 자비로우심에 자신을 맡겨두고 싶은 계절이다. 가버린 세월과
다가올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범벅되고 교차되는 시점에서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기다림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죽음이다.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한 탓인가 난류와 한류가 교차되는 곳에 고기가 많은 듯 덩그러니 마지막 하창 남은 달력을 복잡한 심정으로 쳐다보면서 神의 더 많은 축복을 기원함은 나의 이기심 때문이런가? 이기심에서 비롯되든지 순수함에서 비롯되든지 어쨌던 우리는 나름대로의 절실한 기다림을 갖고 산다.
대학입시날을 기다리며 밤낮도 없이 공부하는 안스런 입시생들의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병원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투병생황을 하면서 쾌유를 기다리는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내 집 마련을 위해서 천원짜리 한장까지 생각을 하고 난후 돈을 쓰는 알뜰가정의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억압과 구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며 자유와 해방을 기다리는 의인들의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상처나고 깨어진 부부사랑이 회복되기를 망부석이 될 정도로 애절히 기다리는 기다림도 있다. 개별적인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온 국민적 범 인류적 기다림도 있다.
인간이 사는 사회에는 항상 건전한 미래 지향적 기다림이 상존하고 있으며 이 명제는 인간이 살아 있음에 대한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 기다림이란 어떤 이에게는 성취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성취되지 못하는 불평등함이 있다. 기다림이 성취되지 못하는 이유는 세상이 해결결해주지 못하는 세속의 불완전함이거나 이기주의적 발상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에 대한 인간의 과욕이 그 원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 신앙인 모두에게 있어서 절대 중요한 공통된 기다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심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곳이기에 불신자는 神이 인간이 되어 오심에 대한 기다림은 현실 도피적 밥상이거나 약자들이 자위를 하기 위함이라고 단정 지을지 모르지만, 사심은 구세주 오심은 고통과 죽음과 불의와 이기심을 해방시켜 주는 가장 완전한 기다림인 것이다. 수십만 년의 인류 역사속에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소망과 기다림이 있었고 설사 그것이 성취되었다 하
더라도 그 모든 것의 결과는 영원히 계속되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구세주의 기다림은 영원성과 완전성이 이루어진 기다림인 것이다. 구세주의 오심은 우리의 해방과 자유와 참 생명을 주셨고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세주의 기다림만이 가장 완전한 기다림이 될 것이다. 그분은 모든 인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셨고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놓으셨다. 모든 인류의 소망이 였던 구세주의 오심은 세상의 모든 소망을 완결 시키셨지만 그래도 우리는 구세주 오심을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해마다 새롭게 대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그분이 주신 가장 완전한 축복을 아직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김없이 올 성탄에도 오실 구세주, 아니 일년내내 우리에게 나날이 새롭게 오시는 그 분의 은총의 선물이
이제 나의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소중한 분의 오심을 기다리는 자의 모습은 외적인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적인 자세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먼저 회개가 필요한 것이다. 귀한 손님이 오실 때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듯이 우리에게 가장 귀한님이신 구세주 오심을 회개하지 않은 지저분한 상태에서 맞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로 깨어있음이다.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가 잠을 자지 않고 있듯이 기다림의 특징은 깨어있음이다. 깨어있음의 특은 신뢰와 기도다. 신뢰란 우리가 그리스도께 속해 있다는 뜻이며 기도란 주님과 일치하고 있음을 뜻한다. 믿음은 우리를 죄에 떨어질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래서 죄에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기도해야 한다.
셋째로 믿음의 생활이다. 하느님께서 성조들과 예언자들을 통해서 구세주 오실 것을 약속하셨고 그 약속이 나자렛의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취되었음을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고 하신 마리아의 응답의 자세와 자신을 비워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완성하도록 개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것을 믿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것이라 믿기에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실망하지 않으며 신뢰심을 가지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주님이 마지막 날에 결정적으로 오시리라는 사실이 우리 인생 전체를 지배해야 하며 늘상 그날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자.
우리는 이 대림 기간 동안 어둠에서 아침을 기다리듯 고통 속에서 건강과 자유를 기다리듯 죽음에서 생명을 기다리듯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자. 왜냐하면 그 분은 우리의 구세주요 해방자요 생명을 주는 자로 우리에게 오셔서 나와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참 희망은 구세주의 오심이며 그 분의 오심은 기다림에 대한 참된 희망의 성취인 것이다. 기다림은 우리 모두의 희망인 것이다. 올 성탄에 오시는 구세주께서 우리 모두의 희망을 완성시켜 주시는 주님이시기를 빌고 또 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