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이제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이 대선의 열풍에 휩싸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차피 치루어야 할 일이긴 하지만 하루속히 선거가 끝나 평상시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것이 국민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과연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이미 많은 수의 유권자들이 그 대상을 결정했을 것이다. 반면 아직도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대상을 결정하지 못했거나 아예 기권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면 대통령 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우선 후보의 난립과 정책부재를 들 수 있다. 대선후보자가 8명이나 된다는 사실 우리의 정치현실이 그만큼 불안정하고 혼란하다는 증거이다. 또 그것은 정치적 후진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8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각기 고유하고 특색있는 정강이나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하다. 서로가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자기만이 대통령이 되어야 이 나라가 잘 될수 있다고들 외쳐댄다. 그들이 내거는 공약(公約)이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공약(空約)임을 모르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금권과 관권이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가로 막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관권개입으로 인한 부정선거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정부자체가 선거를 겨냥, 한시적인 중립 내각으로 구성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여당과 야당들의 선거법위반사례를 조사·처벌하는데 편파적이고 중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재벌기업의 막대한 자금이 한당의 정지자금으로 유입돼, 금력으로 인한 타락선거의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기업에 참여해야할 인력이 정치에 가당함으로써 자체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손실은 막중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부터 기업인이 대선에 뛰어든 우리의 정치현실 자체가 잘못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후보에게는 여러가지 자질과 덕목이 요구되겠지만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고 사람을 귀하게 여길줄 아는 후보를 골라야 할 것이다. 감언이설이나 몇푼의 선심에 속아넘어가는 일이 결코 없어야할 것이다.
18일 대선을 앞두고 우리 주교단도 담화문을 발표하고 참다운 지도자를 뽑자고 호소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참다운 지도자인지는 이제 각자가 판단을 내려야할 때이다. 그리고 꼭 한가지 명심할 것은 신성하고 책임이 주어져 있는 투표에 기권함으로써 결국 뜻하지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각자가 금권이나 관권에 흔들림이 없이 자기의사를 분명히 밝힐 수 있을때 우리의 정치도 한 단계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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