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제49회 광복절 경축사는 광복 49주년이라는 연륜에 걸맞게 보다 현실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북의 핵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북한 경수로 건설을 지원할 것 등과 아울러 7천만 민족의 통일국가 건설을 위한「민족 발전 공동 계획」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경축사 내용의 골자들은 통일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가 구체적인 골격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다.
내년 광복 50주년을 눈 앞에 둔 중요한 시점에서 대통령이 발표한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 즉「한민족 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제시 등은 우선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감상적이었던 통일 논의로부터 한 단계 성숙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뿐만 아니라 갈피를 잡지 못하는 통일정책 등으로 혼선을 빚거나 국제적 국내적 상황에 매달려 피상적 임시적 방편으로 일관해온 예년의 통일문제 접근에서 볼 때 분명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주변 상황에 지나치게 의존한 임기응변에 불과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선전적 차원에서만 대남 발언을 해온 북쪽과 비교해 봐도 우리의 대북 자세는 크게 나을 바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통일 노력은 신중하지 못했고 연구에 기인하지도 못했으며 시류에 편승하는 단편적이고 일회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핵문제가 맞물리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선언은 그런 의미에서 의의를 찾고 싶다. 주변 상황이나 국제적 상황을 정확하게 읽으면서 또 우리의 의지가 확고하게 담긴, 통일을 향한 구체적 노력과 준비가 담긴 진정한 의미의 대북관계 개선을 향한 노력 같은 것 말이다.
통일은 우리가 이루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함께 이루는 것이다. 미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중국도 아닌 바로 우리 남과 북의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을 향한 관심, 의지나 노력 등은 우리보다 더 깊이,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통일은 바로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우리 민족 전체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단절이 주변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에서 이루어졌듯이 또다시 우리의 통일이 주변 나라들의 이권 다툼의 소산물로 파생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 신자들은『북한이 자신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스스로 변화되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기원』하도록 촉구한 김수환 추기경의 8ㆍ15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말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우리의 진정한 해방과 광복은 우리의 기도와 함께 하느님의 도움없이 받을 수 없는 큰 은혜』라는 김 추기경의 설파는 광복 50주년을 눈 앞에 둔 우리 신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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