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은 엄마, 오늘 차 안 갖고 갈 꺼야』
나는 아파트 문을 나서며 어제 저녁 몹시 심한 갈증으로 잠을 설친 기억을 되뇌이며 약간의 오한과 빈혈을 느끼며 3개월 전에 구입한 차를 뒤로 한 채 종종걸음으로 출근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갔다. 출근 버스를 올라탄 나는 앞 좌석 창문 쪽으로 앉아 유유히 흐르고 있는 낙동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구포다리를 버스가 진입하는 순간부터 이마에선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면서 두 눈에 보이는 건 점점 어두워져 순간적으로 암흑이 되고 말았다.
위기감을 느끼면 느낄수록 정신만은 이상하게 또렷해졌다. 옆 사람에게 구원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뿐 전혀 고개를 돌릴 수 있는 힘조차 나에게는 주워지질 않았다.
「조그만 더 가면 회사에 도착하여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꺼야」라고 생각하며 눈을 크게 뜨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보이는 건 암흑뿐이었다. 드디어 버스가 회사에 도착하여 직원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버스에 탄 사람들은 모두 고통스러워 하는 나를 전혀 쳐다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관심조차 갖지 않으며 모두 내려버렸다. 순간적으로 버스 안에는 죽음의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오! 하느님 이렇게 갈 수는 없어요 저에게 힘을 주소서』하며 몸을 추스려 보았다. 겨우 쓰러지듯 버스 탈출에 성공하였다. 몇 발자욱 옮기는데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었다. 버스에 내린 나는 거의 주저앉다시피한 자세에서 출근하는 직원을 쳐다보았다.
허나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걸어가는 직원들에게는 내가 보일 리 없었다. 다행히도 상쾌한 아침 공기 탓인지 지나가는 직원들의 얼굴이 언뜻언뜻 보였다. 낯 익은 얼굴이 지나칠 때마다『도와줘』하는 소리만 지를 뿐 곧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아니 한 과장님 이게 웬일입니까』『안색이…』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에게 내 몸을 맡겨 버렸다.『어서 병원으로』 하는 소리와 함께 구경꾼들이 먼 발치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럴까』라는 되뇌임을 하며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순서를 기다리던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겁 먹은 처에게 의지하며 의사 선생님 앞으로 나섰다.
『대변 색깔이 검었습니까?』
『네』
『입원 수속 밟으세요』
몇 마디 대화없이 쫓겨나오듯 진찰실을 나오며 입원실로 향했다. 입원실로 들어선 나는 닝겔을 꼽고 있는 5명의 고참에게 눈 인사를 하며 하얀 나의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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