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와 저학년을 포함하여 국민학생 1백89명을 데리고 이 거대한 도시 문명을 탈출하여 상주 우암산에 들어갔다. 그것도 3박 4일씩이나. 핵무기와 다름없는 도시의 무법자인 자동차의 소음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살 맛이 난다. 이제는 핵무기 문제보다도 질주하는 자동차가 더 큰 문제이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그리고 죽임의 묵시록이 짙게 깔려있는 회색 도시를 떠나 녹색 카페트가 깔려있는 산 속에서 어린이들과 신나게 나는 놀았다. 쓸 데 있는 짓을 멈추고 쓸모 없는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맨발로 산 속을 돌아다니고 땅 위에 털썩 누워서 어머니이신 땅을 느끼고 은하수를 그냥 바라보는 것이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탄성을 지른다.
여기 산간학교에서는 무엇을 할 필요가 없고 무엇이 될 필요도 없다. 무엇을 하고 무엇이 될 필요가 없는가를 배우는 곳이 산간학교이다.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나무 밑에 앉아 우주적 질서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아침은 아침대로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하는 곳이 바로 산간학교이다. 자연의 순리에 자신을 내맡김이다. 현대인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을 하지 않는 것, 즉 무위이다. 우리가 무엇을 할 필요가 없는가를 더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는 자신의 진실을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유치부 어린이들이 똥오줌을 쌌다고 야단들이지만 현대 문명이야말로 똥탈이 났다. 밥과 똥을 분리시킨 수세식 화장실이야말로 시멘트 문명이 만든 산물이다. 좋은 똥을 만들어 자연에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데 좌변기를 통해 똥을 없애버린 것에 문제가 있다. 좌변기야말로 물 낭비의 주범이다. 유치부 어린이들, 똥 잘 쌌다.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잠 잘 자는 것이야말로 건강의 지름길이다.
아무 사고없이 국민학교 산간학교도 잘 마쳤다. 역시 산간학교는 국민학교이다. 저학년일수록 더욱 좋은 것 같다. 도시 본당에서도 여름 산간학교를 꼭해야 한다고 본다. 산간학교 그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프로그램, 상상력의 빈곤, 교리교사의 능력, 사목자의 비전에 달렸다고 본다. 그리고 산간학교도 장소를 자주 바꿀 것이 아니라 본당 전용, 각 지구 전용, 교구 전용 산간학교 장소를 만들어서 추억과 노하우를 쌓아가면 어떨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