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가톨릭대학장 배문한 신부가 여름 휴가 중인 8월 5일 동해안 바닷가에서 선종하였다. 익사 위험의 신자 3명을 구출하고 자신은 탈진, 소생하지 못한 사고였다. 그야말로 살신성인의 표양과 감동을 주고 가신 것이다.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성품으로 신학생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아온 배 신부는『사제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과 고통의 십자가를 짊어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평소의 생각을 죽음 앞에서까지 그대로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말로서만이 아닌 행동으로 하느님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여온 그의 소신을 죽음으써 관철시킨 셈이다.
배 신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의 부탁이라도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는 희생적인 삶을 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말은 적게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아는 사제였다. 사제 양성자로서 이상적인 사제였던 이러한 배 신부를 잃은 것은 한국 교회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배 신부는 서울대학교에서 농경제학을 공부한 농학 석사였다. 이 때문에 그는 뒤늦게 신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만학에도 불구하고 로마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끈기 있는 사제였다. 그의 인품, 경륜, 학식, 어느 것 하나 아깝지 않은 것이 없다.
배 신부는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자의 위험을 보고는 지체없이 몸을 던졌다. 위험 앞의 어린 양을 구하는 착한 목자의 표양을 우리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가르쳐준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까운 그의 죽음 앞에서 그가 남긴 값진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는「행동하는 사제상」을 배 신부는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사제, 남의 고민과 어려움을 들어줄 줄 아는 사제, 이웃을 위하여 고통의 십자가를 짊어질 줄 아는 사제의 삶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이루어 내었다.
앞으로 한국 교회를 위하여 더 큰 책무를 감당하여야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라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그는 죽음으로써 교회 내외에 참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으며, 희생적인 삶의 진한 감동까지 전해주었다.
주여, 죽은 배문한 도미니꼬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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