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광복된 지 꼭 49주년이 되는 날이다. 바로 1년 뒤면 50주년, 광복 반 세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대 경사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광복이 반 세기를 이어져 오면서도 우리는 아직도 반쪽짜리 광복절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있다. 따라서 광복 50주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 반쪽짜리 광복과 반쪽만의 기쁨을 참으로 착잡한 심경으로 맞이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더구나 올해 광복절을 맞는 우리 민족의 감회는 남다르다고 할 수가 있다. 전대미문의 절대 권력자 북한 김일성의 죽음과 관련, 전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북의 기류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김일성의 죽음이 남과 북의 관계에 어떤 변화와 전망을 안겨줄지는 정확히 감지하지 못한 채 우리는 49주년의 광복절을 맞이하고 있다. 그것은 곧 통일에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증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김일성 사후 북한의 향배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은 곧 북한 연구에 있어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정직한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아직도 핑크빛 꿈 속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듯한 일부 학생들의 모습, 허리가 동강난 지 반 세기에 이르도록 공산주의 이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우리의 빈약한 민주주의 이론과 현실 등등 참으로 많은 요인들이 통일에의 험난한 길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가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 민족의 최대 경사일인 8월 15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성모승천 대축일과 일치하는 날이다. 어쩌면 마리아 축일 중 가장 중요한 날이자 가장 큰 축일인 성모승천 대축일이 우리의 광복절과 같은 날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보다 큰 희망을 안겨주었는지도 모른다. 민족의 최대 경사인 광복절을 온 겨레의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성모님의 특별한 전구가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광복 49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우리의 기도가 충분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갈라진 형제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왔고 무엇을 실천해왔는지를 심각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광복절과 성모승천 대축일의 일치, 그것이 주는 중요한 의미를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유추해 보아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의미는 통일을 향한 우리 교회의 중요한 역할을 예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싯점에 서 있다. 성모승천 대축일, 우리 한국 교회의 수호자 성모 마리아께 우리의 소원, 통일을 다함께 기원해 보면 어떨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