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에 오래 전부터 바라고 기다리던 성당 신축이 이루어지게 되어 난 뛸듯이 기뻤다. 비록 성당을 짓는 동안 건축업자가 몇 번씩 바뀌고 부실공사로 소송 재판까지 가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신부님과 신자들의 끊임없는 기도와 노력으로 지금은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사비 관계로 어려움을 겪게 돼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부님께서는 신자 가정을 방문해 신축금을 책정하셨다. 나도 다른 집과 같이 신축금을 배당 받았다. 단독주택에 살고 땅도 좀 있어 그런지 다른 집보다 좀 많이 책정하셨다. 신축금을 낼 현찰은 없고 해서 고민하던 끝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게 됐다. 성당 신축비를 마련하고자 아는 형제님께 부탁해 얻은 자리였다. 주위에서 아파트 경비원을 어떻게 하느냐며 만류했다. 그러나 여유가 있어서 봉헌을 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벌어서 주님 성전을 짓는 데 보태는 것이 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난생 처음 아파트 경비원 근무를 시작한 지 며칠 후의 일이었다. 어느 세대에서 인터폰이 걸려와 ○○호와 통화를 하길 원했다. 그래서 ○○호에 인터폰을 걸었다. 그런데 몇 번을 걸어도 받지 않아 포기하려던 차에 그쪽에서 인터폰을 받았다.
순간 화가 난 나는 집에 있었으면서도 늦게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큰소리를 쳤다. 30대의 이 여인은 곧 경비실로 내려와 인터폰을 좀 늦게 받았기로서니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 순간 나의 신분이 입주민을 위한 자리임을 느끼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나의 60이 넘어서 젊은이에게 수모 당하면서까지 이렇게 근무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조용히 묵상 중에 다시 생각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하셨는데….
다음날 그분을 만났을 때 또 한 번 어제의 잘못을 사과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미안하다며 겸연쩍어 했다. 얼마 후 그 여인이 수고하신다며 쥬스를 보내왔다. 마음에 평화가 밀려왔다. 그 남편되는 사람은 낚시를 자주 가는 편인데 다녀올 때면 매운탕거리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경비실은 조용히 앉아서 성경을 읽고 음악 감상을 하기에 불편이 없는곳이다.
겨자씨 만한 신앙심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성경을 읽는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안배요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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