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꽃들의 이름을 정답게 불러보는 산간학교를 또다시 우암산 참나무 숲에서 열었다. 이 땅의 주인은 소나무가 아니라 참나무라는 사실을 늦게 배웠지만 참나무는 우리에게 그늘을 충분히 주었다. 반야심경에서 보았던가? 모든 색은 공이라고. 예수님도,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결코 이 꽃 한 송이 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는 못하였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은 하늘에서 비를 허락하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을까? 부자들, 다국적 기업, 재벌들, 가진 자들은 창고를 자꾸 지어 냉장고에 많은 재산을 쌓아두지만 하늘과 땅 사이에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주쇼다 첨단과학이다 하고 야단이지만 이 가뭄 앞에 속수무책이다. 하늘을 원망할까?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빚은 재앙이 아닐까?
돌탑쌓기에서 시작된 산간학교는 돌탑쌓기로 마쳤다. 돌 하나에 중ㆍ고등부 1백30명의 소망과 결심을 쌓으면서 돌탑을 만들었다. 물의 소중함을 체험한 산간학교. 어느 누구도 제대로 씻지 못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런데 식당의 어머니들이 시원한 샘을 발견하지 않았는가? 바위 틈새에서 나오는 물은 우리 식구들을 먹여 살렸고 충분히 씻을 수 있었다. 그 샘에서 발견한 가재 식구는 무려 20마리였다(가재는 1급수에만 산다는 사실).
이번 주제는「저 꽃들이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해 보아라」(루가 12, 27)라고 정했다. 한 마디로 저 꽃을 바라보고 깨우치자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걱정, 불안, 두려움은 깨우치지 못해서 나온 것이다. 밭 메기, 견우와 직녀 찾기, 달 따라 지구 십자가의 길, 밤 산행, 꽃들에게 희망을, 창조의 밤, 철학의 생태학 강의, 감실과 축성 예식, 자연식 등 이 가뭄 속에도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이 우암산에서 일어났다.
떠나는 날, 우리 모두는 산간학교 되살이 장터를 만들었다. 쓸모 있는 물건이 아니라 모든 만물은 그 자체로 귀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나누자는 산간학교 장터는 너무도 재미있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조금도 버리지 말고 남은 조각을 다 모아들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쓸모 있기 때문에만은 아니다. 모든 만물은 그 자체로 성사적이고 거룩하기 때문에 하나도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신 말씀이 아닐까? 그렇다면 저 꽃이 아름다운 것은 저기 피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참나무는 참나무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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