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고 있다. 연일 올라가기 내기나 하듯 치솟기만 하는 수은주와 더불어 전기 사용량 역시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한다. 송전소마다 과부하가 걸려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전기 관계자들은 예비 전력량이 위험 수치에 달했다고 연신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 가뭄과 더위는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기상대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의 더위와 가뭄이라고 하니 더 이상 그 위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농촌을 생각하면 진정 걱정이 앞선다. 타들어가는 것은 논밭뿐이 아니고 그 장면을 매일처럼 발 구르며 바라보아야 하는 농민들의 가슴일 것이다. 지난 87년인가 그 모진 태풍으로 국토의 절반 가량이 초토화가 되다시피 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한 지금 오죽하면 온 국민이 그 무서운 태풍이라도 지나가기를 기다리게 됐을까.
농민들의 타는 가슴에 동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땅 속 깊이 숨어있는 물줄기를 찾아내 양수기로 퍼올리기 위한 노력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는 우리의 정성을 보태는 일일 것이다. 한 대의 양수기라도 더 마련해서 불타는 대지를 적시고자 하는 안타까운 시도에 온 국민의 참여야말로 최대의 선물이 될 것이다.
가뭄 극복을 위해 우리가 펼치고 있는 온갖 노력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아쉬움이 이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겐 만일에 대비하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 만에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가뭄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지구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족한 전기를 절약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족하니까 부랴부랴 절약을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고 있지만 그것은 절약의 기본 정신을 모르는 소치이다. 절약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부족할 때만 절약한다는 것은 이미 절약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는 자원이 태부족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가뭄에 대비 다단계 절약운동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일본, 무엇이 우리와 다른가 함께 생각해 봄직한 일이다.
어쨌든 가뭄과 더불어 다시 나타난 기우제, 모든 것이 답답하기만 한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 한 줄기 시원한 비를 내려 주십사고 우리의 기도를 모아보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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