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세를 하고서야 내가 예수를 왜 믿어야 하는가를 나름대로 깨달았다. 내가 깨달은 신앙의 의미는 참다운 삶과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의 능력이 위대하심을 징역살이 10년을 통해 깊이 체험했다. 그 놀라우신 하느님의 능력과 은총 속에서 나는 감옥살이 동안 다섯 번의 각종 웅변대회에 참가하여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으며 두 번씩이나 정신교육 우수상과 전국 독후감 경진대회에서 단체 최우수상과 개인 우수상이란 영광을 받았고 이 밖에도 여러 번 행사에 참가만 하면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모두가 하느님의 능력이며 크신 은총이 아닐 수 없다.『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을 얻으리라』(로마서 10, 13).
또한 나는 몸져 누워있는 동안 큰 은총을 경험했다. 바오로와 베드로라는 우리 형제 두 사람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내가 누운 병실의 바로 옆이 형장이라 나는 그 광경을 소상히 지켜볼 수 있었다.
형장으로 가는 두 형제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으나 마음의 무거움은 없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내 죄까지 저 형제가 다 짊어졌구나』하는 허탈함이 엄습해왔다.
두 형제가 형장으로 들어간 뒤 곧이어 이성도 신부님과 강후꼬 수녀님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참 후에 형장을 나오시는 두 분의 모습은 고개를 숙이고 너무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계신 것 같았다.
두 분께서 두 형제에게 온 정성을 다하였으리라 생각하니 생각은 자연 나에게 쏠려『그럼 나는 무엇하는 존재일까』하는 질문이 솟아났다. 그래서 매일「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그 기도 안에서 생활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나의 삶은 많이 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두 형제들께 감사하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시길 바란다.
이렇게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기를 원하다 보니 하느님의 사랑에 흠뻑 취해 언제나 기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느님만이 나의 유일한 위로요 기도며 활력소가 되었다. 그래서 몸져 누워있는 동안에도 나는 늘 이런 독백을 바치게 되었다.『주님! 가진 자는 하느님을 모르지만 배고프고 슬픔 속의 이들은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자각할 것입니다. 주님! 이 마음의 어지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도로 자신을 달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어느 때보다 주님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주님! 아무도 찾지 않은 이 골방 속의 고독을 아십니까. 이 고독 속에 나의 번뇌와 염원을 불 태우며 믿음과 기도 속에 나 자신을 승화시켜 보려 합니다. 주여! 함께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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