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태는 천차만별입니다. 아마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살아가는 모습도 각자가 모두 다를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의 직업도 얼마나 다양한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학생들은 매일매일 학교에 갑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학교에 가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매일 직장에 다닙니다.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직장생활을 합니다.
반면에 주부들은 가정에서 열심히 가사일을 합니다.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를 키웁니다. 가정의 일이라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내놓을 만한 결과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정신없이 바쁜 생활입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내 막내가 대학 신입생이 되어 타향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었습니다. 가져가야 할 짐들이 많아 애 아빠가 차를 몰고 아이와 짐을 날라다 주었습니다. 아이는 생전 처음 부모를 떠나 사는 것이 불안했는지, 아니면 홀로 살아가야 하는 외로움이 컸던지 착잡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우리 내외는 그 녀석을 홀로 두고 와야 하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와 깊은 포옹을 하고 눈물을 글썽이던 그 녀석의 모습이 지금도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돌아올 때 우리는 매정하게 차를 몰고 떠나는데 그 녀석은 계속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차 속의 거울로 그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도 그 모습이 애절하게 보여 나는 깃발처럼 손을 차창 밖으로 흔들었습니다.
큰아이와 막내가 떠난 우리집은 이제 신혼 초처럼 우리 내외만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인생의 한 장을 넘기는 적막함이 집안 구석구석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슴에도 배었습니다.
요즈음 나는 무력감에 젖어있는 듯 혹은 삶의 허무를 느끼는 듯 그렇게 삽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그저 어미의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그 키울 아이가 없어짐에 따라오는 그 허전함, 그 막막함이 인생을 허무하게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그 허무를 떨쳐버리듯 창문에 걸려있는 커튼을 모조리 떼어내어 빨고 집안의 먼지를 탁탁 털고 쓸고 닦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도 곧 끝날 것이고 또 적막함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일이란 시작이 있고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직장생활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퇴직해야 할 때가 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언젠가 헤어져야 합니다.
삶의 중심을 일에 두면 일이 끝날 때 삶도 끝납니다. 삶의 중심을 사람에게 둘 때 이별하면 삶도 허무합니다.
가끔 60세 혹은 70세 넘은 노인들이 대학 입시에 도전하거나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인생을 활기차게 살고 그 나이 또래보다 훨씬 젊게 건강하게 삽니다. 그분들은 인생의 중심을 배움에 두고 있습니다. 삶의 중심을,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상을 배움에 정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에 진리는 무궁무진하며 배워야 할 것들은 너무 많습니다. 배움은 큰 기쁨을 선사합니다.
또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데 삶의 중심을 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짧은 인생에 언젠가는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영원한 것을 추구함으로써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생의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능하신 절대자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삶만이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며 아무도 어떠한 사건도 이 평화와 즐거움을 빼앗아가지는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영원한 삶을 살았던 인류의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가 죽을 때까지 삶의 중심을 진리에 접근하는 작업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영원한 것을 동경하는 삶이나 학습 또는 배움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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