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즈음은 캠프의 계절이며 젊음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벌써 캠프를 마친 주일학교도 있겠고, 지금 캠프장에 있는 주일학교,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려고 기다리는 주일학교도 있겠지요. 우리가 나누는 야외에서의 활동이 단순한 놀이에 그치지 않고 과정 안에서 호연지기를 나누고 자연 가운데 계신 예수님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수박이 깨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수박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니 무슨 소린지 궁금하시지요? 예, 당연히 궁금하실 겁니다. 그러나 벌써 제목만 보고도 무슨 소리인지 알 만한 사람도 여럿 있을 것입니다. 하여간 지금부터 왜 수박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지 말씀 드릴 테니 아무리 덥더라도 조용히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이 세상 살기가 가장 힘든 사람이 누굴까요? 수박을 깨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수박 깨지는 것을 보는 사람일까요? 제 생각에는 이도저도 아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캠프장 이곳저곳을 활개치면서 자기 젊음을 마음껏 펼쳤을 텐데 고 3이라는 멍에 때문에 캠프장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원천봉쇄를 당하고 있으니 정말 불쌍한 사람이 아니겠냐고 감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하기야 어디 캠프장 뿐이겠습니까?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하는 일에는 자고 먹는 것 빼고는 거의 봉쇄 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 3이 아닐까 합니다. 오로지 대학교 진학문제 때문에 말입니다. 이렇게 일 년을 보내고 나서 대학에 들어가면 비로소 사람이 되지만, 떨어지게 되면 사람이 아닌 금수(?) 취급을 당하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바라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금을 그을 수 있을까요?
고등학교 3학년도 당연히 학생이었기에 3박 4일의 일정 중 마지막 날 늦은 오후에 선배로서 수박을 들고 캠프장에 나타났습니다. 오지 말라는 신부님의 경고를 무시한 채 손에 손에 후배들에게 줄 수박을 들고서 말입니다. 본래 성격이 불 같으신 신부님께서 캠프장 입구에서 그 모습을 보고 달려나가 수박을 뺏어 땅에 패대기 치셨습니다. 수박은 깨지고 학생들 비명소리는 들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지도교사가 달려갔지만 이미 수박은 다 깨지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지도교사는 전후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이미 신부님의 손은 지도교사 뺨을 스치고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물론 학생이 잘못했느니, 신부님이 너무 했느니를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기에 그 수박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도 당연히 학생이고 또 그 자리에 있었어야 옳다고 보여지는 반면, 우리의 머리 속에선 대학교를 위해서 그것이 유보 당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둘 사이에는 영원한 평행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수박이 깨진 지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이 시간에도 아직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마련해본 자리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의 자리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며 생각하고 쉬는 자리 말입니다. 교육국에서 마련한「가까이 캠프」가 바로 그 자리입니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우리 고등학교 3학년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자리를 만들려고 이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수박이 없어도 좋고, 혹 가지고 온다 해도 깨트릴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 함께 거기 모여서 수박 대신 고 3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세상을 깨트려보고 또 가능하다면 내 자신의 성공을 위한 대학교가 아닌 나를 통한 인류 전체의 발전을 위한 대학교 입시도 같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참, 그 때 뺨을 맞은 지도교사는 열(?) 받아 신학교에 가서 신부님이 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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